고사 성어

매우 정의가 두터운 사이의 교제를 이르는 고사성어 단금지교(斷金之交)

박남량 narciso 2017. 4. 28. 11:59


매우 정의가 두터운 사이의 교제를 이르는  고사성어 단금지교(斷金之交)



전국시대 음악가이자 진(晉)나라의 외교관을 담당했다고 알려지고 있는 백아(伯牙)는 원래의 이름은 유천(兪瑞)이다. 백아(伯牙)가 거문고를 타면 너무나 아름답고 감동적인 나머지 고산유수(高山流水)와 같았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연주에 감탄하고 칭찬하였지만 정작 백아(伯牙) 자신은 지금까지 그의 음악과 거문고 세계를 이해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해 탄식하곤 했다. 그래서 그는 지음(知音)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 백아(伯牙)는 진(晉)나라 왕의 명으로 초(楚)나라로 출사하게 되었다. 배를 타고 호북성 한수(漢水) 부근에 있는 강안도시 한양(漢陽)의 강어귀에 도착할 부렵에 풍랑을 만나 작은 산 아래 정박하게 되었다. 저녁이 되자 풍랑은 멈추고 구름이 걷히니 하늘이 열리더니 달이 고개를 내밀면서 주변의 경치가 너무나 아름다웠다.

하늘에 걸린 달을 보니 흥을 참지 못한 백아(伯牙)는 거문고를 꺼내어 연주를 했다. 연주를 하는 동안 강가에서 누군가가 음악을 듣고 있었다. 그 사람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란 나머지 거문고 줄을 끊고 말았다.

"선생님 너무 놀라지 마세요. 저는 나무하는 사람인데 늦게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선생님께서 거문고를 타는 소리를 들었는데 그 소리가 너무도 절묘하고 아름다워서 그 소리를 듣고 있었습니다."하고 사정을 말하였다.

백아(伯牙)는 그가 서 있는 곳을 보니 나무더미가 그 옆에 놓여 있었는데 "일개 나무꾼이 어떻게 나의 거문고 소리를 이해하지?" 라며 궁금해 하면서 그에게 물었다.

"내 음악을 이해한다니 묻겠는데, 내가 방금 연주한 곡이 무엇인지 무슨 곡인지 아시는가?"

"선생님께서 방금 연주하신 곡은 공자가 애제자인 안회를 찬탄하는 곡이 아니십니까. 그런데 아쉽게도 마지막 4구절을 연주하실 때 거문고의 한 현이 끊기고 말았네요."

나무꾼의 대답은 정확했다. 이에 백아(伯牙)는 그를 청하여 배에 오르게 하고는 좀 더 이야기를 나누고자 했다. 그런데 이 나무꾼은 배에 오르고 그 거문고를 보고나서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선생님, 이것은 요금(瑤琴)이 아닙니까. 복희씨가 만들었다는..." 더 놀란 사람은 백아(伯牙)였다.

백아(伯牙)는 이어지는 나무꾼의 조예 깊은 소리를 듣고는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계속해서 거문고를 연주하면서 그 속에 담긴 의미가 무엇인지 나무꾼에게 그 답을 구하고 싶었다. 그가 웅장하고 낭랑한 소리로 연주할 때 나무꾼은 "이 거문고 소리는 높은 산의 웅장한 기세를 표현한 것입니다."라고 화답했으며, 맑고 가볍고 유창한 소리가 나오는 대목에서는 "이는 다함이 없는 흐르는 물을 노래 한 것입니다."하며 백아(伯牙)의 심중을 꿰뚫었다.

자기의 거문고 세계를 이해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하다가 자신의 거문고 소리를 듣고 그 음을 이해하는 사람을 만났다. 그 나무꾼의 이름이 종자기(鐘子期)이다. 이제야 지음(知音)을 찾았음에 기쁘고 놀랐다. 그를 유일한 친구로 삼았다. 갈 길이 멀었던 두 사람은 내년 추석에 이곳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고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이듬해 추석날 백아(伯牙)는 강구에 도착했으나 만나기로 했던 종자기(鐘子期)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서 백아(伯牙)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거문고를 꺼내어 종자기(鐘子期)를 부르는 곡을 연주했지만 결국 종자기(鐘子期)는 나타나지 않았다.

다음날 백아(伯牙)는 어떤 노인에게서 종자기(鐘子期)가 전염병에 걸려 죽게 되었는데 그가 죽기 전에 "나를 강변에 묻어 주시오. 추석이 오면 서로 만나서 그의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말입니다."라는 유언을 남겼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백아(伯牙)는 종자기(鐘子期)의 무덤을 찾아 한 잔의 술을 올리고는 처량하고도 아름다운 고산유수(高山流水)를 연주하고는  거문고의 줄을 끊어 버렸다. "이제 나를 알아주는 지음(知音)이 세상에 없어졌는데 누구를 위해 저 거문고를 다시 켠단 말인가." 하며 백아(伯牙)는 평생 거문고에 손을 대지 않았다고 한다.


거문고 명인 백아(伯牙)와 지음(知音)인 종자기(鐘子期)의 이야기에서 유래하는 고사성어가 단금지교(斷金之交)이다.

단금지교(斷金之交)란 쇠라도 자를 만큼 굳고 단단한 교분이라는 뜻으로 매우 친밀한 우정이나 교제를 이르는 말로, 친구 사이의 정의가 매우 두터운 교제를 일컫는 말이다.<꽃사진: 라벤다(Ravend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