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 성어

세상을 지배하려는 의도를 상대방에게 알린다는 고사성어 문정경중(問鼎輕重)

박남량 narciso 2017. 4. 21. 13:26


세상을 지배하려는 의도를 상대방에게 알린다는 고사성어 문정경중(問鼎輕重)



주(周)나라 정왕(定王) 때 초(楚)의 장왕(裝王)은 춘추오패(春秋五覇) 즉 춘추시대 대표적인 제후(諸侯)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장왕(裝王)이 천하를 차지하려는 야심을 품고 3년 동안의 침묵을 깨뜨리고 송(宋)과 융(戎)을 정벌한 다음  주(周)나라의 정왕(定王)을 회견하고 융(戎)으로부터 얻은 포로와 병기들을 정왕(定王)에게 헌상했다.

정왕(定王)은 그를 반겨 성대한 연회를 베풀고 그를 제후(諸侯)의 윗자리인 방백(方伯)이 되게 하였다. 후에 주(周)나라 정왕(定王)은왕송만을 시켜 많은 금품을 싣게 하여 초(楚)나라 장왕(裝王)에게 사신으로 보냈다. 이때 초(楚)나라 장왕(裝王)은 사신 왕손만에게 물었다.

"주(周)나라 왕실에 있는 鼎輕重之問(정경중지문)  정(鼎)의 대소(大小)와 경중(輕重)을 아직 모르니 한 번 볼 수 없는가?"

정(鼎)이란 본래 하(夏)나라 시조 우(禹)임금이 중국 전역에서 모은 구리로 만든 발이 세 개, 귀가 둘 달린 솥인데, 이후 은(殷)나라, 주(周)나라를 거치면서 천자(天子)의 상징이 된 물건이었다.

그러기에 정(鼎)의 대소(大小)와 경중(輕重)을 묻는다는 것은 그 정(鼎)을 내가 가졌으면 한다는 말이었고 그 말은 결국 천하를 내놓으라는 무언의 압력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그러니 이 뜻을 아는 주(周)나라 사신 왕손만은 놀라면서 말했다.

"왕위(王位)라는 것은 덕(德)에 있는 것이지 정(鼎)의 경중(輕重)에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주(周)나라 왕의 덕(德)은 쇠퇴하였으나 천명(天命)이 우리 주(周)나라에 있기 때문에 정(鼎)이 우리 나라에 있는 것입니다. 만일 천명을 거역하고 이 솥을 옮긴다면 하늘의 뜻을 거스르는 무도한 행위가 될 것이기에 정(鼎)의 경중(輕重)은 묻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주(周)나라 사신 왕손만의 말을 들은 초(楚)나라 장왕(莊王)은 아무 말 없이 오히려 자기의 부덕함을 뉘우쳤다. 역시 초(楚)나라 장왕(莊王)은 그 시대의 영웅이었다.


사기(史記) 좌전(左傳) 에서 유래되는 고사성어가 문정경중(問鼎輕重)이다.

문정경중(問鼎輕重)이란 정(鼎)이란 천자(天子)의 덕(德)을 상징하는 것으로 정(鼎)의 경중(輕重)을 묻는다는 뜻으로, 세상을 지배하려는 의도를 상대방에게 알린다는 말이다. 천하를 빼앗으려는 속셈이나 남의 실력을 의심하는 행위에 비유하는 말이다.<꽃사진; 레드 썬 보로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