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묵상

이 풍진 세상을 살아오면서 삶의 지표가 되어 준 스승은 어떤 사람입니까?

박남량 narciso 2016. 1. 15. 13:52


이 풍진 세상을 살아오면서 삶의 지표가 되어 준 스승은 어떤 사람입니까?



이슬람교의 위대한 신비가 하산이 바야흐로 이 세상을 하직하려는 임종의 자리에서 어떤 사람이 물었습니다.
『하산. 당신의 스승은 어떤 분이셨습니까?』

그는 말했습니다.
『나에게는 수천 수만의 스승이 계셨다. 그분들의 이름만 늘어놓는 데에도 몇 달 몇 년이 걸릴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나는 죽을 시간을 놓쳐 버리고 만다. 하지만 단 한 사람의 스승만큼은 그대에게 분명히 말해주고 싶다.』

하산은 목청을 가다듬고 말을 이었습니다.
『그 스승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도둑이었다. 어느 날 나는 여행 중이었는데 사막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간신히 어떤 마을에 이르게 되었다. 시간이 이미 늦었기 때문에 가게며 집들이 모두 문을 닫고 거리에는 사람 그림자 하나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다가 나는 어떤 길 모퉁이에서 담에 구멍을 뚫으려고 애를 쓰는 사람 하나와 마주치게 되었다. 나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고 하룻밤 머물 곳을 묻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렇게 밤 늦은 시간에 어디서 머물 곳을 찾겠소? 당신이 나같은 도둑과 함께 있는 것이 괜찮다면 우리 집에서 하룻밤 묵어도 좋소."

그 도둑은 너무나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나는 그날 밤만이 아니라 한 달 동안을 그 도둑과 함께 지냈었다. 밤이 깊어지면 그는 나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

"자, 나는 이제 일을 하러 나갑니다. 당신은 여기서 푹 쉬면서 나를 위해 기도해 주시오."

그가 돌아오면 나는 이렇게 물었다.
"무엇이라도 훔쳤소?"

그는 미소를 지으면서 말하곤 했다.
"오늘 밤은 실패했소. 하지만 신의 뜻이 그렇다면 내일 밤에 나는 다시 시도해 볼 것이오."

그는 단 한 번도 절망하거나 낙담한 적이 없었다. 언제나 그는 행복에 넘쳤다. 나는 수년 동안 명상과 사색을 계속해 왔으면서도 아무것도 얻은 것이 없었다. 이런 때 나는 번번이 깊은 절망에 빠져 이 모든 어리석은 짓을 그만두어 버리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그럴 때면 문득 밤마다 이와같이 말하던 그 도둑이 생각났다.

"신의 뜻이 정 그렇다면 아마도 내일은 뭔가 소득이 있을 것이오......』

누구나 삶의 지표가 되어준 스승을 지니고 있다면 인생은 삭막하지 않을 것입니다. 법정 스님의 숫타니파타 강론집에 실린 글입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스승 중에서 하필이면 도둑을 스승으로 임종의 자리에서까지 상기하였을까요? 도둑이면서도 깊은 신앙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합니다. 자기 생각대로 일이 잘 안 풀릴 때 도둑은 신의 뜻을 생각하면서 절망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다시 시도한다는 것입니다. 임종의 자리에까지 미룰 것도 없이 지금 단 한 사람의 스승을 지칭하라면 우리는 어떤 사람을 떠올릴 것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