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나 저러나 상관없다는 의미인 고사성어 가동가서(可東可西)
태조 이성계를 도와 조선 건국과 창업에 공이 큰 조선 제3대 임금 태종 이방원(李芳遠)이 고려 말과 조선 초기에 조선 건국을 반대하던 정몽주(鄭夢周)를 만나 회유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에서 지어 부른 시조가 '하여가(何如歌)'이다. 해동악부(海東樂府)에서 전하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如此亦如何 (여차역여하) / 如彼亦如何 (여피역여하) / 城隍堂後垣 (성황당후원) / 頹落亦何如 (퇴락역하여) / 吾輩若此爲 (오배약차위) / 不死亦何如 (불사역하여)
이런들 또 어떠하며 / 저런들 또 어떠하리 / 성황당의 뒷담이 / 무너진들 또 어떠하리 / 우리들도 이같이 하여 / 죽지 않은들 또 어떠하리
해동악부(海東樂府)에 전하는 내용이 포은집(圃隱集)에 전하는 원문에는 몇 가지 바꾸어 전하고 있다. '성황당 뒷담이 무너진들 또 어떠하리'가 '만수한 드렁칡이 얽혀진들 어떠하리'로 바뀌어 있으며, '죽지 않은들 또 어떠하리'라는 내용이 '백년지 누리리라'로 바꾸어 전하고 있다.
이런들 엇더며 져런들 엇더료 / 만수산(萬壽山) 드렁칡이 얼거진들 엇더리 / 우리도 이치 얼거져 백년(百年)지 누리리라.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 만수산 드렁칡이 얽혀진들 어떠하리 / 우리도 이같이 얽혀 백년까지 누려보세
이방원은 끝까지 정몽주를 설득하기 위해 "백성들에게는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떤 상관이겠습니까. 백성들에겐 오직 밥과 사는 기쁨, 이거면 되는 것이지요. 저 만수산에 드렁칡이 얽혀있다 한들 그것을 탓하는 이가 어디 있단 말입니까"라며 '하여가(何如歌)'를 읊었다고 합니다. 이 '하여가(何如歌)'라는 내용이 가동가서(可東可西)와 같은 맥락을 보이고 있다.
가이동가이서(可以東可以西)란 말에서 유래되는 고사성어가 가동가서(可東可西)이다.
가동가서(可東可西)란 동쪽도 괜찮고 서쪽도 괜찮다는 말로, 아무거나 좋다는 의미이다. 이렇게든지 저렇게든지 아무렇게나 할만하다는 말이다. 이러나 저러나 상관없다는 의미인 가동가서(可東可西)는 원래 가이동가이서(可以東可以西)인데 이를 줄인 말이다. <꽃사진: 개망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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