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 성어

의지할 데 없이 외로이 떠도는 홀몸이라는 고사성어 고신척영(孤身隻影)

박남량 narciso 2018. 12. 26. 15:51


의지할 데 없이 외로이 떠도는 홀몸이라는 고사성어 고신척영(孤身隻影)



영월(寧越) 청령포(靑冷浦)는 조선 단종(端宗)의 유배지이다. 무서운 산골로서, 사방이 산으로 첩첩이 둘러싸이고 양쪽으로 두 줄기 강물이 흐르는 외로운 섬과 같은 곳이었다. 단종(端宗 1441-1457)은 이곳에서 외로운 몸을 의지하고 귀양살이를 시작하게 되었으니, 그의 생활이란 쟁반같이 둥근달이 조각달로 이즈러지는 것을 보고 보름과 그믐을 짐작하였고, 구름도 쉬어 넘는다는 앞산 높은 봉에 진달래가 붉게 피니 봄이 온 줄 알았었다.

귀양 오던 그 해 병자(丙子)년도 지나고 정축년 봄이 돌아왔다. 이 해의 단종(端宗)의 나이가 17세가 되었다. 겨울 동안 산골 추위로 밖에 나오지 못하던 단종(端宗)은, 봄이 되자 옛날 사정전 됫뜰의 화사한 봄이 그리워져, 그곳 관풍매죽루(觀楓梅竹樓)에 올라가게 되니, 산골짜기에서 들려오는 두견(杜鵑 소책새)소리가 몹시 가슴을 슬프게 하였다. 이 두견(杜鵑)이란 소쩍새는 한편 자규(子規)라고도 하는데, 단종단종(端宗)은 이 소리를 듣고 다음과 같은 시를 지어 눈물 섞어 읊으니 영월군루작(寧越郡樓作)은 자규루(子規樓)에서 자규시(子規詩)를 읊조리던 어린 단종(端宗)의 모습을 생각하게 하는 시이다.

月白夜 蜀魂楸 (월백야 측혼추)
含愁情 椅樓頭 (함수정 의루두)
爾啼悲 我聞苦 (이제비 아문고)
無爾聲 無我愁 (무이성 무아수)
寄語世上苦腦人 (기어세상고뇌인)
愼莫登春子規樓 (신막등춘자규루)

달 밝은 밤 두견새 울제
수심 품고 누머리에 기대 서니
네 울음 슬프구나 내 듣기 애달퍼라
네 소리 없었으면 내 수심도 없을 것을
여보소! 세상 근심 많은분네
아예 춘삼월 자규루에 오르지 마소

一自寃禽出帝宮 (일자원금출제궁)
孤身隻影碧山中 (고신척영벽산중)
假眠夜夜眠無假 (가면야야면무가)
窮恨年年恨不窮 (궁한년년한불궁)
聲斷曉岑殘月白 (성단효잠잔월백)
血流春谷落流紅 (혈류춘곡낙화홍)
天聾尙未聞哀訴 (천롱상미문애소)
胡乃愁人耳獨聽 (호내수인이독청)

원통한 새가 되어 한 번 궁을 나옴으로 부터
외로운 몸 짝 없는 그림자가 푸른 산 속에 있도다.
밤이 가고 밤이 와도 잠이 깊이 아니 들고
해가 가고 해가 와도 한이 다하지 않는도다.
소쩍새 우는 소리 끊어진 새벽 산봉우리엔 달만 밝고
피눈물 흘러가는 봄 골짜기에 지는 꽃 붉었도다.
하늘은 귀먹어 오히려 애달픈 하소연을 듣지 못하는데,
어찌하여 수심 많은 사람의 귀에만 홀로 들리게 하느뇨.

폐위를 당하여 유배생활 중 죽음을 예견하고 자신의 운명을 한탄하여 통한의 절규를 하는 칠언율시이다. 정축년의 화사한 봄과 여름도 지나가고, 산과 들에는 하얀 서리가 내리고, 자갈돌을 씻어 흐르는 산골 물에는 살얼음이 잡히기 시작하였다. 예는 10월 24일, 서울에서 의금부 도사(議禁膚都事) 왕방연이 어명을 받고, 사약(賜藥) 그릇을 들고 영월로 내려왔다. 그러나 왕방연은 차마 약그릇을 올릴 수가 없어 문밖에서 주저하고 있을 때, 단종(端宗)을 모시고 있던 공생이란 자가 단종(端宗)의 목을 졸라 북쪽 창문 밖으로 끌어내려 참혹하게 승하하게 하였다. 그리고 시체는 강중(江中)에 던진 것을, 영월 호장(戶長) 엄흥도(翡興道)가 남모르게 건져서, 영월읍에서 5리가량 떨어 진보덕사라는 절 근처에 평토장(平土葬)을 하였으니 단종(端宗)은 17세의 나이로 한 많은 일생을 처참하게 마쳤다.


단종(端宗)의 영월군루작(寧越郡樓作) 자규시(子規詩)에서도 읊고 있는 고사성어가 고신척영(孤身隻影)이다.

고신척영(孤身隻影)이란 외로운 몸에 그림자 뿐이라는 뜻으로 즉 외로운 몸과 그 몸의 그림자 하나뿐 붙일 곳 없이 떠도는 외로운 신세를 가리키는 말이다.<꽃사진: 미니호접란 고트리스(Gotr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