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산책

우리 미술관 옛그림 - 화재(和齋) 변상벽(卞相璧)의 모계령자도(母鷄領子圖)

박남량 narciso 2018. 4. 25. 16:33


우리 미술관 옛그림


화재(和齋) 변상벽(卞相璧 1730-1775)  모계령자도(母鷄領子圖)


조선 영조 시대를 대표하는 초상화가 화재(和齋) 변상벽(卞相璧 1730-1775)  모계령자도(母鷄領子圖) 즉 <어미닭과 병아리>라는 그림입니다. 변상벽(卞相璧)은 초상화를 잘 그려 국수(國手)로 불리워졌습니다. 여러 차례 어진(御眞) 제작에도 참여하였으며, 고양이와 닭을 잘 그린 것으로 이름이 자자하여 '변고양이(卞猫, 卞怪樣)' '변닭(卞鷄)'이라는 별명을 지닐 정도였습니다. 

모계령자도(母鷄領子圖) 즉 <어미닭과 병아리>라는 그림은 괴석을 중심으로 아래에는 어미닭과 병아리들을 그려놓았습니다. 화면 중앙에 우뚝 솟은 괴석 주위에는 찔레꽃이 피어 계절의 표정을 상징합니다. 하늘에는 나비 한 쌍과 벌이 어울려 공간의 조화를 이루었습니다. 화면 아래엔 옹기종기 병아리들이 먹이를 받아 먹으려고 어미닭에게 몰려들었습니다. 몸통이 두툼하고 깃털이 가지런한 어미닭은 어여쁘고 정갈하게 그려졌습니다. 부리에 벌 한 마리를 물고 병아리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앞에 놓인 백자 그릇에는 물이 담겨 있습니다. 병아리가 물 한 모금 머금고 하늘을 쳐다봅니다. 또 다른 한 마리는 물을 먹고 있습니다. 솜털 같은 깃털이 반짝입니다. 어미 닭 깃에 숨은 병아리가 있는가하면 이를 지켜보는 병아리도 있습니다.  바위 아래 찔레꽃이 피어 있습니다. 괴석 주위에는 잡풀이 피어 양지 바른 곳임을 알려줍니다. 하늘에는 한 쌍의 나비가 날아다니고 윙윙거리며 벌들이 찔레꽃 주위를 맴돌고 있습니다. 어쩌다 벌 한 마리가 어미닭에게 잡혀 병아리들의 먹이가 되었습니다.

땅에 사는 조류인 닭은 십이지(十二支) 가운데 열 번째 동물로서 한민족의 신앙 속에 살아 있습니다. 전통혼례 의식에서 자식을 상징하는 동물이기도 합니다. 닭의 모성애를 따스하게 포착한 그림이 변상벽(卞相璧)의 모계령자도(母鷄領子圖)입니다. 어미닭과 병아리가 어울려 정다운 한 때를 보내는 훈훈한 광경이 그려져 있습니다. 어미와 병아리의 눈동자가 맑고 선하게 느껴지는 그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