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산책

우리 미술관 옛그림 - 낙서(駱西) 윤덕희(尹德熙)의 관기망초(觀碁忘樵)

박남량 narciso 2018. 5. 7. 15:01


우리 미술관 옛그림


낙서(駱西) 윤덕희(尹德熙 1685-1776)  관기망초(觀碁忘樵)


공재(恭齋) 윤두서(尹斗緖 1668-1715)의 아들인 조선후기의 문인화가 낙서(駱西) 윤덕희(尹德熙 1685-1776)의 관기망초(觀碁忘樵)라는 그림입니다. 말 그대로 '바둑두는 것을 구경하다 나무하는 것을 잊는다'는 뜻입니다. 산속에서 한 나무꾼이 노인들이 바둑 두는 것을 구경하고 있습니다. 허리춤에 찬 큼지막한 도끼가 나무꾼임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 그림은 흔히 말하는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는 설화를 모티브로 그린 것으로 설명되고 있습니다.

설화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옛날 한 나무꾼이 나무를 하러 산속 깊이 들어갔다가 우연히 동굴을 발견했습니다. 동굴 안으로 들어가니 차츰 길이 넓어지고 훤해지면서 눈앞에 두 백발노인이 바둑을 두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나무꾼은 무심코 바둑 두는 것을 보고 있다가 문득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어 옆에 세워둔 도끼를 집으려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도끼자루가 바싹 썩어 집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상하게 생각하면서 마을로 내려와 보니 마을의 모습은 완전히 바뀌어 있었습니다. 한 노인을 만나 자기 이름을 말하자, 노인은 “그분은 저의 증조부 어른이십니다”라고 대답하더라는 것입니다. 신선들이 바둑 한 판 두는 동안, 인간 세상에서는 백 년도 넘는 긴 세월이 흐르고 말았던 것입니다.

그림을 살펴보면 재미있는 내용이 있습니다. 아직 바둑알이 하나도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나무꾼은 그 바둑판을 뚫어지게 보고 있다는 것입니다. 신선이나 착한 사람에게만 보이는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