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산책

우리 미술관 옛그림 - 화산관(華山館) 이명기(李命基)의 송하독서도(松下讀書圖)

박남량 narciso 2018. 6. 20. 12:45


우리 미술관 옛그림



화산관(華山館) 이명기(李命基 1756-?)  송하독서도(松下讀書圖)


조선조 18세기 후반 정조대 초상화는 서양화법과 전통 초상화법을 성공적으로 절충시킴으로써 사실성과 한국초상화 특유의 아름다움을 잘 살려낸 것으로 평가됩니다. 이러한 정조대 초상화풍을 이끈 대표적인 화가가 바로 화산관(華山館) 이명기(李命基 1756-?)입니다. 이명기(李命基)는 아버지, 동생, 아들 및 장인까지 도화서 화원으로 이루어진 화원집안 출신으로 20대 후반에 이미 초상을 그리는데 있어 독보일세(獨步一世)라는 평가를 받은 당대 최고의 초상화가입니다. 

그림은 화산관(華山館) 이명기(李命基 1756-?)의 송하독서도(松下讀書圖)입니다. 초당에 은거하며 독서에 매진하는 선비와 주변의 청정한 노송 두 그루가 깃든 바위와 자잟란 초목 등이 어울리는 그림입니다. 초당에 앉아 책을 읽는 선비와 차를 끓이는 동자의 모습이 조촐하지만 청신합니다. 초당을 그윽이 굽어보듯 내려다보는 운치 있는 구부러진 소나무 두 그루는 선비가 가만히 읊조리는 책 읽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느라 가지에 더욱 청처짐한 기운이 서렸습니다. 단정하고 능란한 선묘와 청아한 담채의 처리가 화면 전체를 청신한 분위기로 얼러냅니다.

화제(畵題)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讀書多年種松皆作老龍麟(독서다년종송개작노용린)
서책을 오래 읽었더니 소나무도 늙은 용비늘이 되었네."

복건을 쓴 선비가 책을 읽는 동안 초당 곁의 소나무도 늙은 용비늘을 지었다 한다는 내용입니다. 이 용비늘은 소나무의 껍질이 마치 용비늘 같다는 비유로서 우리말로는 보굿이라고 합니다. 나이든 소나무일수록 소나무의 겉껍질 즉 수피의 튼 껍질이 두꺼워지고 갈라집니다. 그 모양이 마치 용비늘이나 거북이 등 같다는 비유를 이끌어낸 것입니다. 문간에 웅크리고 차를 끓이는 시동은 선비의 책 읽는 소리에 귀를 적시는 일상의 엿들음과 엿봄만으로도 마음 한쪽에 문리(文理)가 서고 풍월(風月)이 트일 날이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