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산책

우리 미술관 옛그림 - 겸재(謙齋) 정선(鄭敾)의 서과투서도(西瓜偸鼠圖)

박남량 narciso 2018. 5. 29. 14:25


우리 미술관 옛그림

겸재(謙齋) 정선(鄭敾 1676-1759)  서과투서도(西瓜偸鼠圖)


겸재(謙齋) 정선(鄭敾 1676-1759)의  서과투서도(西瓜偸鼠圖)입니다. 말 그대로 '수박을 훔치는 쥐'라는 그림입니다. 겸재(謙齋) 정선(鄭敾)의 그림은 소소한 정취보다는 장엄한 기세가 압도적인데 이 그림은 은근한 감성으로 소재와 기법이 서정적이고 섬세하여 여성적인 느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70대 후반 노년기에 그린 탓일까요.

조선 후기의 문신(文臣)이자 실학자인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 1737-1805)은 겸재(謙齋) 정선(鄭敾)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겸재(謙齋)는 여든이 넘어서도 도수가 높은 안경을 쓰고 촛불아래에서 세밀한 그림을 그렸는데 털끝 하나도 틀림이 없었다."

서과투서도(西瓜偸鼠圖)는 화면 중앙에 그림의 제목답게 연녹색의 덩굴과 크고 짙푸른 수박 덩어리와 들쥐를 배치하였습니다. 또 화면 오른쪽에는 붉게 물든 바랭이풀과 아래쪽의 푸른빛 달개비꽃 한 무더기를 담아 화면을 다채롭고 자연스럽게 꾸몄습니다. 수박과 쥐를 하나로 자연스럽게 엮는 그림의 연출은 쥐들에게 충만한 먹잇감으로 발굴된 기쁨을 대리적으로 드러내는 과채로서의 인상이 소박하고 흐뭇합니다.

들쥐 한 쌍이 큼지막한 수박을 몰래 갉아먹고 있습니다. 수박은 벌써 여러 날 들락거린 듯 연분홍빛으로 곪아 있고 쥐한테 먹히는 수박인데도 이제 막 긁어낸 조각들은 선홍빛으로 싱싱합니다. 수박 속에 들어가 갉아 먹고 있는 쥐와 밖에서 머리를 들고 망을 봐주는 다른 한 마리 쥐의 묘사는 너무도 정확하고 세밀하게 느껴집니다. 수박을 충만한 먹을거리 동굴로 발굴한 쥐들의 활달하고 늠름한 자태는 쥐들의 심리상태까지 읽어내었던 것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