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산책

우리 미술관 옛그림 - 오원(吾園) 장승업(張承業)의 삼인문년도(三人問年圖)

박남량 narciso 2018. 5. 18. 11:21

우리 미술관 옛그림


오원(吾園) 장승업(張承業 1843-1897)   삼인문년도(三人問年圖)


조선 말기의 화가 오원(吾園) 장승업(張承業 1843-1897)이 그린 고사인물화(故事人物畵) 삼인문년도(三人問年圖)입니다. 그 잘난 나이에 대한 싸움이 얼마나 해묵었는지 알려주는 그림입니다. 한마디로 '세 사람이 나이를 묻다'는 뜻입니다. 고대 설화 속에 전해 내려오는 세 신선들의 "너 내 나이가 몇 살인지 알아?"라는 화두로 시작하는 이야기를 근간으로 그린 그림입니다.

오원(吾園) 장승업(張承業)이 화제(畵題)로 삼은 <삼인문년(三人問年)>의 고사는 소동파가 지은 <동파지림(東坡志林)>에 수록된 내용입니다. 세 명의 신선이 하나같이 비현실적인 비유를 들어 나이 자랑을 하는 이야기입니다. 한 신선은 소년 시절 태고의 전설적인 천자(天子)인 반고(盤古)와 알고 지냈다고 하고, 다른 신선은 벽해(碧海)가 변하여 쌍전(桑田)이 되는 것을 볼 때마다 산(算)가지를 하나씩 놓았는데, 그 산(算)가지가 이미 열 칸 집을 다 채웠다고 했다. 또 한 신선은 반도(蟠桃)를 먹을 때마다 그 씨를 곤륜산(崑崙山) 아래 버렸는데, 그 높이가 이미 곤륜산과 같아졌다고 하면서 자신이 가장 나이가 많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복숭아나무 아래 푸른 옷을 입은 동방삭(東方朔)이 복숭아를 훔칠 기회를 노리기 위해 바위에 상체를 기댄 채 딴청을 피우며 엎드려 있는 것도 그려져 있습니다. 동방삭(東方朔)은 한 번 먹으면 천년갑자를 산다는 복숭아를 세 번이나 흠쳐 먹어 삼천갑자를 살았다는 신선입니다.

오원(吾園) 장승업(張承業)은 이 이야기를 형상화하여 화면을 채웠는데, 기이한 바위와 나무가 둘러싼 산자락에 세 노인이 서서 모두 손가락으로 바다를 가리키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세 노인의 모습과 갈고랑이처럼 날카롭게 휘어지는 옷 주름선, 옹이가 많은 나무줄기, 바위 표현 등에서 장승업(張承業)의 원숙기 화풍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그림에 그려진 기암(奇岩)에 둘러싸인 중경(中景)의 평지에 세상 사람같지 않은 노인들의 음산한 모습, 짙게 깔린 구름 너머로 밀려오는 파도결 등의 강렬하고 신비스러운 느낌은 채색의 효과에 기인합니다. 즉 전반적인 청록산수(靑綠山水)에다 인물의 비현실적인 모습, 모든 대상을 묘사한 명확하면서도 긴장된 선묘(線描)가 화면에 응축된 생명력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천부의 기량으로 전통회화의 대미를 장식했다고 할 장승업(張承業)이 공들여 완성한 신선도입니다. 그림 아래 오른쪽에 오원(吾園)이란 관기와 인장이 있고 위 오른쪽에 동농(東農) 김가진(金嘉鎭 1846-1922)이 쓴 삼인문년도(三人問年圖)라는 제명(題名)이 있으며 삼인문년도(三人問年圖) 화면 위쪽에 1914년에 오원(吾園)의 제자인 심전(心田) 안중식(安中植 1861-1919)이 쓴 제발(題拔)이 있습니다.
"이는 장오원 선생이 중년에 그린 것이다. 인물과 나무, 바위의 필법과 채색은 신운(神韻)이 생동한다고 할 만하다. 그 평생 그린 인물이 적지 않지만 이 폭과 같은  것은 많지 않을 것이니 참으로 보배라 할 수 있다. 선생이 돌아가신 지 벌써 18년이 되었다. 이제 이 그림에 글을 쓰다가 술잔을 기울이며 휘호하시던 모습을 상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