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산책

우리 미술관 옛그림 - 낙서(駱西) 윤덕희(尹德熙)의 <독서하는 여인>

박남량 narciso 2018. 5. 23. 16:33


우리 미술관 옛그림


낙서(駱西) 윤덕희(尹德熙 1685-1776)  <독서하는 여인>


조선 후기 문인화가 낙서(駱西) 윤덕희(尹德熙 1685-1776)의 <독서하는 여인>입니다. 아버지가 공재(恭齋) 윤두서(尹斗緖 1668-1715)이고 아들이 윤용(尹愹 1708-1740)으로 삼대(三代)가 내리 화업(畵業)을 이은 명문입니다. 윤덕희(尹德熙)는 전통적이며 중국적인 소재의 도석인물(道釋人物)과 산수인물, 말 등을 잘 그렸습니다. 벼슬은 정릉현감을 지냈으며 뒤에 수가선대부(壽嘉善大夫) 중추부동지사(中樞府同知事)가 추증되었습니다.

이 그림은 책을 읽고 있는 여인의 모습을 묘사하였습니다. 당시 한자 중심의 문자생활에서 약자일 수밖에 없었던 조선의 여인들은 생활 속에서 실과 바늘을 가까이 했으나 붓과 벼루는 멀리한 채 살았습니다. 부덕(婦德)은 바느질하고 누에치고 길쌈하는 나날에서 길렀을 뿐, 독서와 학문은 본디 여자의 몫이 아니었습니다. 남자가 독서하는 그림은 숱하게 많지만 여인이 독서하는 그림은 거의 남아 있지 않습니다. 살림하기 바쁜 여인이 독서하기가 쉽지 않았을 수도 있고 읽어봤자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책을 여인들이 가까이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시대의 한계를 뚫고, 현실의 절망을 뚫고, 흔들림 없는 자세로 책을 읽고 있는 여인의 모습은 더욱 값지고 귀하게 생각됩니다.

독서하는 여인의 모습에서 배우고자 하는 속이 같다는 것을 느낍니다. 여인이 책 읽는 모습이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까요. 지금이나 조선시대나 책을 많이 읽어 자신의 지식을 높여 가는 것이 인생에 중요한 일입니다. 조선시대에는 언문이 있었지만 천한 글이라 하여 그 시대의 책들은 모두 한문으로 제작 되어 일반 평민들은 가까이 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그림은 필치가 수더분해서 정이 갑니다. 여인은 정독하는 모습입니다. 내용이 심오해서 깊이 생각하며 읽기 위함일까요. 손가락으로 글자를 또박또박 짚고 있는 모습입니다.

윤덕희(尹德熙)의 <독서하는 여인>은 가운데에 인물을 배치하고 뒷배경으로 삽병(揷屛)과 파초(芭蕉)를 그렸습니다. 등간격의 치마주름, 오른쪽 나뭇가지에 앉은 새, 삽병(揷屛)에 그려진 달과 구름, 그 뒤에 시원하게 펼쳐진 파초(芭蕉)의 잎 등에서 차분하고 서정적인 분위기를 느끼게 합니다. 그림 속의 여인은 사대부 권솔(眷率)입니다. 맵시에서 티가 납니다. 올림머리 야단스럽지 않고 저고리 길이는 맞춤한데 곁마기에 두른 회장(回裝)이 단정합니다. 파초芭蕉) 잎이 시원스레 드리워지고 가리개에 그려진 새(鳥)는 마냥 조잘거리고 있습니다. 개다리 의자에 앉은 여인은 무릎 위에 책을 펴들었습니다. 내려다보는 시선이 책에 박힐 듯한 모습입니다. 책 내용에 완전히 몰입한 듯 표정이 자못 진지합니다. 고요한 독서삼매(讀書三昧)입니다. 얼굴도 곱지만 예의범절이나 도덕에 대한 교양이 흐트러짐이 없는 몸가짐에서 풍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