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산책

우리 미술관 옛그림 - 겸재(謙齋) 정선(鄭敾)의 독서여가도(讀書餘暇圖)

박남량 narciso 2018. 6. 27. 18:15


우리 미술관 옛그림


겸재(謙齋) 정선(鄭敾 1676-1759)  독서여가도(讀書餘暇圖)



겸재(謙齋) 정선(鄭敾 1676-1759) 독서여가도(讀書餘暇圖) 입니다. 이 그림은 직접적으로 골몰하듯 책을 읽는 장면에서 벗어나 여가의 모습이 완연합니다. 독서에 몰입했다가 풀려나 쉴 짬을 찾은 모습이 자세에서 오봇하게 드러나는 그림입니다. 겸재(謙齋) 정선(鄭敾)이 평소 인왕곡 인곡정사(仁谷精舍)에서 생활하던 모습을 그린 자화상이 아닐까요. 옥색 중치막에 사방관을 쓰고 오른손에 부채를 펴든 채 한 손은 바닥을 짚고 한 다리는 길게 뻗어 편안한 자세로 기대앉아 화분에 담긴 화초를 감상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화리(畵理)를 탐구하는 화성(畵聖)다운 면모라 하겠습니다.

겸재(謙齋) 정선(鄭敾)의 독서여가도(讀書餘暇圖)는 경교명승첩(京郊名勝帖) 상권(上券) 맨 처음에 있는 그림입니다. 갈대를 엮어서 만든 삿자리가 깔린 방에는 책장이 있고 거기에는 각종 서책이 책갑(冊匣)에 싸였거나 기물이 정돈되어 있어 학문하는 선비의 서재임을 말해줍니다. 특히 이 그림에는 액자 형태처럼 두 개의 그림이 있습니다. 책상 안쪽에 걸린 산수화가 하나이며 다른 하나는 그림 속의 주인공이 들고 있는 부채의 선면도(扇面圖)입니다. 열어젖힌 겹문 가까이 멋스럽게 뒤틀린 향나무의 중동이 보이고 툇마루를 낸 앞문 처마 아래로는 엿보듯이 다소곳한 향나무의 푸른 우듬지가 보입니다.

이 그림은  경상도 청하현감으로 재직하던 정선(鄭敾)이 모친의 상으로 청하현감을 사직하고 서울로 돌아와서 지내다가 양천현감으로 부임합니다. 정선(鄭敾)의 죽마고우인 사천(槎川) 이병연(李秉淵)이 정선(鄭敾)이 없는 고을살이는 부질없다하여 다음해에 삼척부사 자리를 버리고 상경합니다. 서울로 돌아왔지만 조석으로 상봉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떨칠 수 없어 정선(鄭敾)과 시화환상간(詩畵換相看)의 약조를 합니다. 사천(槎川) 이 시(詩) 한 수를 지어 보내면 겸재(謙齋)는 그림을 한 폭 그려보내는 것입니다. 이 약조는 지켜져서 경교명승첩(京郊名勝帖)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