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산책

우리 미술관 옛그림 - 호생관(毫生館) 최북(崔北)의 메추라기(鶉)와 조(粟)

박남량 narciso 2018. 2. 23. 14:12


우리 미술관 옛그림


호생관(毫生館) 최북(崔北 1712-1760)  메추라기(鶉)와 조(粟)



호생관(毫生館) 최북(崔北 1712-1760)의 <메추라기(鶉)와 조(粟)>라는 그림입니다. 이 그림은 최북(崔北)의 내면세계를 보는 것 같아 친숙한 느낌이 있어 애틋하고 섬세하고 사랑스럽습니다. 최북(崔北)은 남들이 잘 그리지 않는 이 메추라기에 자신의 심정을 능란하게 그려 넣었습니다. 확실히 자신의 처지와 메추라기의 생태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최북(崔北)의 내면을 보는 것 같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성질이나 언행이 범상하지 않은 사람 즉 별난 사람을 기인 또는 괴짜라고 부릅니다. 좀더 유식하게 표현하자면 방외지인(方外之人)이라고 합니다. 최북(崔北)은 남달리 풍부한 영감, 날카로운 직관력, 탁월한 조형 능력 등을 지닌 천재였으며 당대의 방외지인(方外之人)이었습니다.

그림 속의 메추라기는 짐짓 딴청을 부리는 듯 괜히 인기척도 없는 주변 덤불 밖을 살피거나 출출하지도 않은데 기장 열매를 올려다보는 듯 모양새가 은근히 재밌습니다. 두 메추라기는 서먹서먹한 간극의 시간을 은연중에 즐기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두 마리의 메추라기의 자연 그리고 이들 나름의 애틋한 정겨움의 시선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호생관(毫生館) 최북(崔北)은 예술과 예술가를 양반과 왕족의 완상물(玩賞物)정도로 여기는 그들의 부당한 요구에 거칠게 맞섰던 화가입니다. 그는 예술에는 말할 것도 없고 무슨 일에나 틀에 갇히기를 싫어했으며 다른 사람의 비평이나 눈치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은 기행과 주벽의 화가였습니다. 그림을 강요하는 높은 벼슬아치의 위협에 남이 나를 버리기 전에 내 눈이 먼저 나를 저 버린다며 스스로 한쪽 눈을 찔러서 실명하게 됩니다. 최북(崔北)은 자유로운 메추라기와 같이 하늘을 날면서 살고 싶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