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산책

우리 미술관 옛그림 - 욱재(郁齋) 홍진구(洪晋龜)의 자위부과(刺蝟負瓜)

박남량 narciso 2018. 2. 19. 14:45


우리 미술관 옛그림


욱재(郁齋) 홍진구(洪晋龜17세기 중엽-18세기 초)  자위부과(刺蝟負瓜)



17세기 문인화가인 욱재(郁齋) 홍진구(洪晋龜 17세기 중엽-18세기 초)의 자위부과(刺蝟負瓜) 즉 <고슴도치와 오이>라는 그림입니다. 화가는 그림 위쪽에 <廣腹老樵(광복노초)>라는 글을 써놓았습니다. '아랫배가 나와서 뱃살이 두둑한 늙은 나무꾼'이라는 뜻으로 화가 홍진구(洪晋龜)의 별명입니다.

홍진구(洪晋龜)의 자위부과(刺蝟負瓜)는 오이 밭에 고슴도치가 나타났습니다. 고슴도치의 등에 무엇이 보입니다. 오이가 있습니다. 고슴도치가 오이 서리하는 장면을 그린 것입니다. 고슴도치가 오이를 어떻게 따는지 아세요. 고슴도치는 오이 쪽으로 기어가서 오이가 바닥에 놓여 있는 그 옆에 나란히 앉습니다. 그리고는 한바퀴 휙 구릅니다. 그러면 등에 자연스럽게 오이가 딱 꽂히는 겁니다. 그래서 예부터 외밭에 원수는 고슴도치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고슴도치는 오이를 서리해서 새끼한테 먹인답니다.

오이는 넝쿨 밑둥에 작은 것이 끝동에 큰 것이 주렁주렁 열립니다. 그걸 보고 옛사람은 과질면면(瓜瓞綿綿)이란 사자성어를 만들어 썼습니다. 큰 오이 작은 오이가 줄줄이 끊이지 않고 열린다는 의미입니다. 자손이 끊이지 않고 생긴다는 뜻입니다. 가시 많은 고슴도치의 숨은 뜻은 번성입니다. 속담에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하다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함함하다는 순우리말입니다. 그 뜻은 '어떤 고슴도치라도 제 새끼를 보고는 예뻐서 어쩔 줄 모른다'는 말입니다. 저 오이를 지고 가서 새끼에게 별미로 먹입니다.

그리고 이 그림에 어울리지 않게 피어 있는 꽃이 있습니다. 저기 위에 그려져 있는 국화입니다. 국화는 가을에 피는데 오이는 여름에 열립니다. 철이 맞지 않는 국화와 오이를 나란히 그린 이유가 있습니다. 고슴도치는 다산을 상징하고 국화는 장수를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문헌을 보면 '국화뿌리를 적시고 흐르는 물을 마시면 오래 산다.'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래서 국화는 장수와 통합니다. 이 그림은 늙도록 오랫동안 다복하게 자식 많이 낳으시고 오래오래 장수하십시오라는 덕담을 담은 그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