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산책

연담(連潭) 김명국(金命國)의 은사도(隱士圖)

박남량 narciso 2018. 2. 8. 17:30


우리 미술관 옛그림


연담(連潭) 김명국(金命國 ?-?)   은사도(隱士圖)



조선 최고의 신필(神筆)로 추앙받는 연담(連潭) 김명국(金命國)의 은사도(隱士圖)입니다. 김명국(金命國)의 생몰연대는 미상이며 달마도(達磨圖)를 그린 화가로 알려졌습니다. 은사도(隱士圖)는 죽음을 암시하며 그린 그림이라며 '죽음의 자화상'이라는 이름도 얻었습니다. 자신의 유언을 그림으로 그려서 남겼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화가라면 저마다 자화상을 그렸지만 동서고금을 통하여 '죽음의 자화상'은 연담(連潭) 이 유일할 것입니다.

그림 속 인물은 폼이 넓고 길어 손발이 감춰지고 바짓단이 땅에 끌리는 수의를 입고 한 손에 지팡이를 비스듬히 들고 건(巾)을 쓴 채 입고 허적허적 걸어가고 있습니다. 차림으로 보아 죽음을 향해 가는 뒷모습 같습니다. 그런 탓인지 그림 전체에 섬뜩하고 음습한 기운이 감돌고 있습니다. 죽음에 대한 쓸쓸한 예감과 끌림이 서렸습니다. 다가오는 죽음 앞에 어디에도 기댈 수 없는 존재의 무기력과 허무를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죽음의 자화상'의 비밀은 그림의 상단에 있는 화제(畵題)를 해석하면서 알려졌습니다.

"將無能作有(장무능작유)
 畵貌豈傳言(화모개전언)
 世上多騷客(세상다소객)
 誰招己散魂(수초기산혼)

없는 것으로 있는 것을 만드니
그림으로 모습을 그릴지언정 어찌 무슨 말을 전하랴
세상에 시인이 많고 많다지만
이미 흩어진 나의 혼을 누가 불러 주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