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산책

우리 미술관 옛그림 - 수월헌(水月軒) 임희지(林熙之)의 노모도(老貌圖)

박남량 narciso 2018. 2. 28. 15:09


우리 미술관 옛그림


수월헌(水月軒) 임희지(林熙之 1765-1820 이후?)  노모도(老貌圖)


조선 후기 화가 수월헌(水月軒) 임희지(林熙之)는 통 큰 행보에 걸맞게 남이 헐뜯는 말에는 개의치 않았습니다. 임희지(林熙之)는 손바닥 크기의 마당에다 연못을 팠습니다. 물이 나오지 않자 그는 쌀뜨물을 채워 놓고 밤마다 쳐다보았습니다. 누가 의아해서 물었더니 그는 천연덕스럽게 대답했습니다. “달이 물의 낯짝을 가려 가면서 비치던가.” 임희지(林熙之)의 호(號)가 그래서 ‘수월헌(水月軒)’입니다. 그는 호방하고 얽매임이 없는 훤칠한 키의 기인이었습니다.

수월헌(水月軒) 임희지(林熙之)가 그린 희귀한 동물화가 <노모도(老貌圖)>입니다. 중국 선진(先秦)시대에 저술되었다는 중국의 신화집 및 지리서인 <산해경(山海經)>에 의하면 모(貌)는 상상의 동물입니다. 모(貌)는 부엌에서 음식을 훔쳐 먹다가 나중에 부엌을 지키는 신(神)으로 등극했습니다.

임희지(林熙之)는 모(貌)를 개(犬)처럼 그렸습니다. 화면 아래위로 길게 묘사된 모(貌)는 치켜든 꼬리를 좌우로 흔들고 있습니다. 몸은 시커먼 털북숭이고 발톱은 호랑이처럼 날카롭습니다. 눈은 동그랗게 치켜뜨고 코와 혀는 붉은색인데, 귀 주변의 털이 부숭부숭한 모습에서 무섭기보다 상상의 동물치곤 어딘가 너스레를 품어 짖는 것이 아니라 능청스레 구수한 농담을 흘릴 것만 같습니다.


수월헌(水月軒) 임희지(林熙之)가 그린 <노모도(老貌圖)>는 지두화(指頭畵)입니다. 붓 대신 손가락 끝이나 손톱에 먹을 칠해서 그린 그림이지만 노련한 기량이 엿보입니다. 상상의 동물이지만 마치 세상 어느 구석에선가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닐 것 같은 생생한 느낌을 안겨 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