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산책

우리 미술관 옛그림 - 탄은(灘隱) 이정(李霆)의 풍죽도(風竹圖)

박남량 narciso 2018. 4. 5. 12:01


우리 미술관 옛그림

탄은(灘隱) 이정(李霆 1554-1626)  풍죽도(風竹圖)



탄은(灘隱) 이정(李霆 1554-1626)의 풍죽도(風竹圖)입니다. 이정(李霆)은 조선 중기의 대표적인 종친 사대부 화가입니다. 그의 생애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풍죽도(風竹圖)는 바람에 흔들리는 대나무의 모습이지만 바람 속에 옹립된 대나무의 옹골차고 훤칠하게 세파를 견뎌내는 기개를 그리고 있습니다. 지조라든가 절개의 상징으로 그린 묵죽도(墨竹圖)에서 느낄 수 있는 경직성이나 근엄함 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지만 선비의 기개를 느끼게 하는 단정함과 정숙함을 그리고 있습니다.

대나무 잎이 바람을 맞아 휘는 듯 이파리의 떨림과 더불어 바람과의 얽매임으로부터 시작하여 버티는 대나무의 탄성이 절묘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우뚝하고 선연한 바람 속의 대나무 하나와 그 뒤에 담묵으로 쳐낸 세 그루의 대나무 또한 바람과의 얽매임을 잘 풀어내고 다독이듯 흘려버림이 훤칠합니다.

댓잎은 바람에 휩쓸리고 바람을 받아내는 댓잎의 모양에 따라 표현의 묘(妙)를 달리합니다. 댓잎을 묘사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대표적인 세 가지 방법은 경아식(驚鴉式), 개자식(介字式), 분자식(分字式)이 있습니다. 경아식(驚鴉式)은 까마귀가 놀란 모습이란 뜻으로 표현하는 기법이며, 개자식(介字式)은 한자 개(介)의 모양으로 표현하는 기법이며, 분자식(分字式)은 분(分)의 모양으로 표현하는 기법입니다. 풍죽도(風竹圖)에서는 바람을 받는 쪽의 댓잎을 사필경아식(四筆驚鴉式)이라 하여 놀란 까마귀 네 날개를 펴고 달아나는 모양의 댓잎으로 그려내었고, 반대쪽 댓잎은 첩분자식(疊分字式)으로 한자 분(分)자를 여럿 포개는 듯한 모양으로 그렸으며, 삼필개자식(三筆介字式)이라 하여 개(介)자를 파자(破字)하듯 쓴 방식으로 그려냈습니다.

사군자(四君子) 중 겨울을 상징하는 것이 대나무입니다. 대나무 그림은 바위와 함께 그려지는 게 보통입니다. 이는 한자로 대나무 죽(竹)이 축하할 축(祝)과 발음이 비슷하고 십장생(十長生)의 하나인 바위는 장수(長壽)를 뜻합니다. 그래서 대나무와 바위의 그림에는 장수(長壽)를 기원하거나 축하(祝賀)하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