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산책

우리 미술관 옛그림 - 현재(玄齋) 심사정(沈師正)의 서설홍청(鼠齧紅菁)

박남량 narciso 2018. 4. 10. 15:29


우리 미술관 옛그림

현재(玄齋) 심사정(沈師正 1707-1769)  서설홍청(鼠齧紅菁)


현재(玄齋) 심사정(沈師正 1707-1769)의 서설홍청(鼠齧紅菁)입니다. 현재(玄齋) 심사정(沈師正)은 노론과 소론의 권력투쟁 과정에서 집안이 풍비박산이 났습니다. 심사정(沈師正)은 역적 가문의 자손으로 태어난 온갖 천대와 멸시 속에서 어려운 삶을 살았으며 화가로서의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쥐와 붉은 무 그림의 이 그림은 조촐하면서도 격의 없이 소소한 기쁨을 건네줍니다. 쥐가 밭의 채마를 쏠아 서리를 하는데도 그걸 보는 마음은 그저 귀엽기만 합니다.


화면 중심에 잎이 무성한 배추 한 포기가 있고, 그 왼쪽에는 두 개의 순무 혹은 홍당무가 반쯤 땅 위로 나와 있습니다. 이 중 큰 뿌리에 회색빛의 쥐 한 마리가 매달려 파먹고 있고 그 뿌리에서 꽃대 하나가 길게 올라가 예쁜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땅에는 작은 꽃들이 무성합니다. 맨 오른쪽의 잎 앞면은 먹빛에 가까운 녹색으로 칠하고, 앞 뒷면은 좀 더 엷게 칠해 잎이 뒤집어진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은 엷게 하여 머리와 몸통의 색채가 서로 다른 모습을 자연스럽게 나타내었습니다.


쥐가 채소밭에서 이것저것 갉아먹는 일은 흔한 일이었을 터인데 홍당무 또는 순무를 갉아먹는 그림입니다. 화면 왼쪽 위에 예서(隸書)로 화제(畵題)가 쓰여져 있습니다.

"暮年落筆 不如少時細畵 可恨也已
노년의 붓솜씨가 젊은 시절의 세화만 못하니 한탄스러울 뿐이다."

노경에 이른 심사정(沈師正)의 마음에는 세필을 쓸 당시의 열정적인 붓 솜씨가 새삼 그리웠던가 봅니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