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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미술관 옛그림 - 초원(蕉園) 이수민(李壽民)의 수하독서도(樹下讀書圖)

박남량 narciso 2018. 3. 30. 13:29


우리 미술관 옛그림


초원(蕉園) 이수민(李壽民 1783-1839)  수하독서도(樹下讀書圖)


초원(蕉園) 이수민(李壽民 1783-1839)의 수하독서도(樹下讀書圖)입니다. 이수민(李壽民)은 할아버지, 아버지, 삼촌, 형제 모두 화원인 집안에서 성장하였습니다. 1819년 문조신정후가례반차도(文祖神貞后嘉禮班次圖) 제작에 참여하였으며, 벼슬은 첨지중추부사를 역임하였습니다. 깔끔한 필치를 특징으로 하는 남종화풍(南宗畵風)의 산수화와 심사정(心師正), 김홍도(金弘道) 풍을 반영하고 있는 분방한 필치의 도석인물화(道釋人物畵)를 잘 그렸습니다. 전하는 그림으로는 하일주연도(夏日酒宴圖)와 좌수도해도(坐睡渡海圖)가 있습니다.

이 그림은 사방의 고요와 청신한 바람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림 속의 주인공은 한 손은 말라서 땅에 떨어져 쌓인 솔잎과 솔방울이 떨어져 굴렀음직한 바닥을 짚고 한 손은 감싸듯 무릎 위에 자연스레 얹어 편안한 자세입니다. 책을 내려다보는 선비처럼 역시 내려다보는 줄기에 속이 썪어서 구멍이 생긴 나무에 궁금한 기색입니다. 먼 데를 바라 풍경의 아득함과 가까운 곳의 새뜻함을 아우르지 않고 서책에 골몰한 선비의 의젓함이 그려져 있습니다.

꽃나무와 비탈진 산길의 주름, 거기에 호응하듯 선비의 의습선(衣褶線)이 흐르듯 멈추어 숨을 쉽니다. 바닥에 펼쳐놓은 서책도 몇 줄의 주름으로 도드라지니 서책 안의 글자도 모두 의미와 깊이를 지녔습니다. 사방이 가만히 트여 산그늘이 선하고 이끼 냄새가 낙락한 산기슭 나무 아래서의 독서는 사람과 산수가 어울리는 광경입니다. 꽃나무 밑에서의 독서는 탁 트인 사방이 그윽히 곁눈질한다는 생각마저 들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