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산책

우리 미술관 옛그림 - 단원(檀園) 김홍도(金弘道)의 승하좌수도해도(乘蝦座睡渡海圖)

박남량 narciso 2018. 3. 21. 15:37


우리 미술관 옛그림


단원(檀園) 김홍도(金弘道 1745-1806)  승하좌수도해도(乘蝦座睡渡海圖)


단원(檀園) 김홍도(金弘道 1745-1806)의 승하좌수도해도(乘蝦座睡渡海圖)라는 그림입니다. 새우(蝦)를 타고 바다를 건너는 승려 그림으로 노년기 단원(檀園) 김홍도(金弘道)의 친불교(親佛敎) 성향을 보이는 그림입니다. 선(禪)적인 염력과 선경(仙境)이 기묘하게 어우러진 그림입니다.
현실에서는 전혀 불가능한 상황을 왜 굳이 그림으로 그려낸 것일까. 만경창파(萬頃滄波)의 거친 물이랑 위에 일엽편주(一葉片舟) 하나 없이 바다를 건넌다는 것 자체가 얼핏 불가합니다.


선승(禪僧)의 발밑을 보면 커다란 새우(蝦)가 웅크렸습니다. 새우(蝦)는 크기도 크려니와 마치 등만 굽은 존재가 아니라 뭔가 신통력을 지녀 바다의 파도를 얼마든지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을 지닌 듯 힘찬 모습입니다. 선승(禪僧)은 오불관언(吾不關焉) 즉 나는 그 일에 상관하지 않는다는 듯이 늠름한 표정과 자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새우(蝦) 등 위에 앉은 선승(禪僧)은 웅크려 세운 무릎 위에 두 손을 모으고 한 뺨을 기대듯 가만한 잠을 모은 채 삼킬 듯한 파도를 침묵으로 이겨나갑니다.

명상과 잠을 갈마드는 선승(禪僧)의 웅크린 자세는 고요와 평정, 휴식의 상태로까지 보여집니다. 잠은 나태와 게으름의 비유가 아니라 불가적(佛家的) 깨우침을 자연스럽게 불러들인 선화(禪畵) 속의 잠입니다.
선승(禪僧)의 새우(蝦)를 타고 바다를 건너는 그림은 실제적 상황이라기보다는 선(禪)이 지닌 위대함을 드러내는 비유나 상징으로 보는 편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