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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미술관 옛그림 -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의 증번상촌장묵란도(贈樊上村庄墨蘭圖)

박남량 narciso 2018. 3. 13. 20:05


우리 미술관 옛그림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 1786-1856)  증번상촌장묵란도(贈樊上村庄墨蘭圖)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 1786-1856)의 증번상촌장묵란도(贈樊上村庄墨蘭圖)입니다.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는 서른네 살의 나이에 벼슬길에 나아가 나중에는 성균관 대제학까지 올랐습니다. 그러나 굽힐 줄 모르는 성품으로 당쟁에 휘말려 제주도 대정과 함경도 북청에서 십 년 가까이 유배 생활을 해야 했습니다. 그가 어디를 가든 붓과 벼루를 챙겨다녔을 정도로 노력가였던 추사(秋史)는 유배지에서 추사체를 완성하였으며 유명한 세한도를 남겼습니다.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의 여러 난초 중에 증번상촌장묵란도(贈樊上村庄墨蘭圖)의 난초엔 실경의 거의 완벽한 인상이 바람 타는 난초를 처냈습니다. 비록 잎줄기는 짧으나 짦은 난초들이 바람 속에 꽃과 뒤섞이는 모습은 그야말로 바람의 작란(作蘭)을 풍미있게 드러냈습니다. 길게 솟구치듯 뻗어 굽은 난초 잎은 드물고 작두로 썰어놓은 짚보다 조금 긴 난초들이 소소리바람을 타듯 꽃대의 꽃들과 덤불 속에 몸을 피한 새떼처럼 소란스러운 수다를 피우는 듯합니다.

증번상촌장묵란도(贈樊上村庄墨蘭圖)는 추사(秋史)가 제주 유배시절에 번상촌장(樊上村庄)에서 권돈인에게 그려준 그림입니다. 번상촌장(樊上村庄)은 번리(樊里)에 있던 권돈인의 별서 이름이라는 설도 있습니다, 이 그림은 추사(秋史)가 그려준 란(蘭)과 그에 찍힌 작은 낙관이 전부였습니다, 아쉽게도 권돈인은 이 그림을 받아들고 너무나 기쁜 나머지 자신의 흥취에 겨워 여백에다 이런 글씨를 써 넣었습니다,

蘭花蘭葉在山房
(난화난엽재산방)
何處秋風人斷腹
(하처추풍인단복)
若道風霜易摧折
(약도풍로역단절)
山房那得長留香
(산방나득장유향)

난초꽃과 난초잎이 산중 서재에 있는데
어디에서 부는 가을바람이 사람의 애를 태우네
바람과서리에 쉽사리 꺽인다면 어찌 오래도록
산중 서재에 향기를 남기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