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산책

우리 미술관 옛그림 - 중봉(中峰) 혜호(慧皓)의 모사(模寫) <삿갓 쓰고 나막신 신은 소동파(蘇東坡笠屐圖)>

박남량 narciso 2019. 9. 10. 14:00


우리 미술관 옛그림

중봉(中峰) 혜호(慧皓)의 모사(模寫) <삿갓 쓰고 나막신 신은 소동파(蘇東坡笠屐圖)>


중봉(中峰) 혜호(慧皓)는 서울 봉은사(奉恩寺)의 화승(畵僧)이었습니다. 이 그림은 말 그대로 '삿갓 쓰고 나막신 신은 소동파(蘇東坡)', 소동파입극도(蘇東坡笠屐圖)입니다. '소문충공입극상(蘇文忠公笠屐像)'이라는 화제(畫題)와 함께 중봉(中峰) 혜호(慧皓)가 모사(模寫)했음이 묵서(墨書)로 남아있어서 작자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중국 북송(北宋)시대의 시인이자 학자인 동파거사(東坡居士) 소식(蘇軾 1037-1101)을 흔히 소동파(蘇東坡)라 부릅니다.

옛날에는 비 오는 날이면 삿갓과 나막신을 챙기곤 하였습니다. <삿갓 쓰고 나막신 신은 소동파(蘇東坡)> 그림은 소동파가 해남도에서 귀양살이하던 어느 날, 길에서 갑자기 비를 만나 근처 농가에 뛰어 들어가 빌린 삿갓을 쓰고 나막신을 신은 모습을 그린 고사도(故事圖)로서 소동파(蘇東坡)의 호연지기(浩然之氣)를 숭상하였던 옛사람의 아름다운 뜻이 잘 드러난 인물도(人物圖)입니다.

대나무로 만든 삿갓을 쓰고 나막신을 신고 태연하게 가던 길을 계속 가는 동파를 보고 동네 부인들과 어린아이들이 뒤따라가며 웃어대고 동네 개들이 다 나와서 짖어댔다고 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가진 소동파입극도(蘇東坡笠屐圖)는 조선 말기 조희룡, 허련, 유숙, 지운영 등 여러 화강의 붓으로 그려져 문인들에게 널리 환영받았습니다.


소문충공입극상(蘇文忠公笠屐像) 상단에는 제찬(制撰)이 쓰여 있는데 과암(果巖) 홍진유(洪晉裕, 1853~1884이후)가 쓴 글입니다.

生平計得公像 凡爲數十本
顴頰與鬚眉 種種卽相反 杳杳千載上 無怪乎眞影不可挽
至夫金精玉潤之氣 經術文章之姿 大都不相遠
如是我聞 觀世音以千億化身 各具淸淨寶相 與日月常鮮

평생에 동파공의 초상화를 접한 것을 헤아려보니 모두 수십 본이다. 광대와 뺨, 수염과 눈썹이 종종 상반되는데 멀리 천 년 전이니 진영을 하나의 모습으로 붙잡아둘 수 없다 해도 이상할 것은 없다. 무릇 금(金)같이 정교하고 옥(玉)같이 윤택한 기운에 있어서나 학술과 문장의 뛰어난 자태에 있어서는 서로간의 거리가 멀지는 않다. 이렇게 나는 들었노라. 관세음보살의 천억화신은 각각 청정하고 아름다운 형상을 구현하고 있으니, 해와 달과 더불어 항상 빛난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