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산책

우리 미술관 옛그림 - 정선의 <추일한묘(秋日閑猫)>

박남량 narciso 2016. 8. 11. 09:16


우리 미술관 옛그림

정선(鄭歚 1676 - 1759)  <추일한묘(秋日閑猫)>



겸재(謙齋) 정선(鄭歚 1676 - 1759)은 우리에게 금강전도(金剛全圖)나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와 같은 진경산수화로 널리 알려진 조선 시대 화가입니다. 가을날 한가로운 고양이를 뜻하는 추일한묘(秋日閑猫)는 겸재(謙齋) 정선(鄭歚)의 그림으로는 희귀한 여덟 폭 영모화 중의 하나로 귀한 그림입니다. 겸재(謙齋) 정선(鄭歚)의 새로운 모습을 보는 그림입니다. 

가을 볕이 따사로운 날 연보라빛 국화 한 그루가 화사하게 피어 있는 뜰에 금빛 눈 검은 고양이가 방아깨비의 움직임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을 그린 그림입니다. 꽃잎 그리고 고양이 털, 벌과 방아깨비 다리에 난 잔 터럭 하나까지 세밀하게 표현한 그림입니다.

방아깨비는 진보라빛 배통이 날개 아래로 보이고 더듬이는 고양이를 의식하고 있는 듯 날카롭게 세우고는 언제든지 날아갈 수 있는 자세를 갖추고 있습니다. 고양이는 금빛 눈에 초점을 좁히고 방아깨비를 호기심 어린 눈초리로 살피고 있습니다. 이 그림에서 고양이 등 뒤로 천연스럽게 뻗어나간 갯강아지풀 한 줄기와 방아깨비 뒤 한해살이 풀인 방동사니풀의 실감나는 묘사는 겸재(謙齋) 정선(鄭歚)이 얼마나 정교하고 세밀하게 그림 대상을 관찰하였는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겸재(謙齋) 정선(鄭歚)의 추일한묘(秋日閑猫)와 현재(玄齊)  심사정(沈師正)의 패초추묘(敗焦秋猫)를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가 있을 것입니다. 가을날 고양이 한 마리가 곁을 지나가는 방아깨비 한 마리를 호기심 어린 눈초리로 살피고 있는 것은 서로 비슷합니다.

심사정(沈師正)의 패초추묘(敗焦秋猫)에서 그려진 파초가 정선(鄭歚)의 추일한묘(秋日閑猫)에서는 국화로 바뀌었습니다. 정선(鄭歚)의 추일한묘(秋日閑猫)에서는 심사정(沈師正)의 패초추묘(敗焦秋猫)에서 느껴지는 쓸쓸함이 없습니다. 벌이 날아드는 분홍빛 국화꽃의 화려함으로 화사한 느낌과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고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