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산책

우리 미술관 옛그림 - 심사정의 <파초괴석도(芭蕉傀石圖)>

박남량 narciso 2016. 8. 12. 12:55


우리 미술관 옛그림

심사정(沈師正 1707 - 1769)  <파초괴석도(芭蕉傀石圖)>



부드럽게 퍼진 돌뭉치, 옴팡지지 않은 파초 잎, 낮게 내려 앉은 잠자리, 기운이 생동하는 풀과 벌레가 등장하는 그림입니다. 갓맑고 스산한 느낌을 담청색으로 우려냈습니다. 머리를 풀어헤친 듯한 파초의 잎은 소슬한 감흥을 일으킨다고 해야겠습니다.  파초의 푸르름이 담청과 짝을 이루고 있습니다.

파초괴석도(芭蕉傀石圖)는 파초 두 그루와 잠자리, 남성의 무게감을 상징하는 괴석, 이름 모를 초목이 전부입니다. 파초는 겨울에는 얼어 죽은 것처럼 보이지만 봄이 되면 어김없이 새순이 돋는다하여 기사회생을 넓고 큰 잎은 부귀를 상징합니다. 푸르른 파초와 잠자리는 어떤 의미로 그려졌을까요? 잠자리의 별칭이 청낭자(靑娘子)입니다. 젊은 처녀라는 뜻입니다. 두 그루의 파초 뒤에 자리 잡은 괴석은 남성의 이미지를 담고 있습니다. 잠자리의 방향이 괴석 쪽을 향하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감을 잡았을 것입니다.


이 그림을 그린 심사정(沈師正)의 가문은 빛났습니다. 증조부 심지원은 영의정, 조부는 부사를 지낸 심익창이고 아버지는 선비 화가인 심정주입니다. 그러나 조부 심익창이 노론과 소론의 권력투쟁 과정에서 당시 왕세자였던 영조를 시해하려다 실패하여 역적이 되었습니다. 집안은 풍비박산이 났습니다.  

대역죄인의 후손으로 곤궁한 삶을 살아가던 심사정(沈師正)이 부귀와 젊은 여자에 대한 갈망이 오죽했겠습니까. 이 그림을 보고
파초와 잠자리를 고독과 우수의 정서와 함께 어린 미인의 얼굴이 오버랩 되어 보여지는 느낌을 받는다고 평을 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