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산책

우리 미술관 옛그림 - 심사정의 <패초추묘(敗焦秋猫)>

박남량 narciso 2016. 8. 10. 07:01


우리 미술관 옛그림


심사정(沈師正 1707 - 1769)  <패초추묘(敗焦秋猫)>


패초추묘(敗焦秋猫)란 찢어진 파초와 가을 고양이라는 뜻입니다. 이 그림은 보기 드물게 짙은 채색을 한 그림입니다. 현재(玄齊)라는 백문인장과 이숙(頤叔)이라는 주문인장이 찍혀 있습니다. 심사정(沈師正 1707 - 1769)의 호가 현재(玄齊)이며 자가 이숙(頤叔)입니다.

증조부 심지원은 영의정, 조부는 부사를 지낸 심익창이고 아버지는 선비 화가인 심정주입니다. 그러나 조부 심익창이 노론과 소론의 권력투쟁 과정에서 당시 왕세자였던 영조를 시해하려다 실패하여 역적이 되었습니다. 집안은 풍비박산이 났습니다. 심사정은 역적 가문의 자손으로 태어나 온갖 천대와 멸시 속에서 어려운 삶을 살았으며 화가로서의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배경에는 여름내 높게 자란 파초가 그려져 있지만 바람의 탓인지 잎이 많이 찢어졌습니다. 파초의 뒤와 옆에는 붉은 꽃들이 점점이 피어있습니다. 선선한 가을바람이 부는 풀밭에 살이 찐 통통한 검은 고양이 한 마리가 네 발을 모으고 점잖게 앉아서 쓸쓸한 표정으로 먼 곳을 응시하고 있는 그림입니다.

긴꼬리가 둥그렇게 휘어 고양이 형상 전체를 타원형으로 만들어주어 원만함이 돋보이게 하였습니다. 고양이 꼬리 아래로는 방아깨비 한 마리가 다리를 곧추 세우고 언제든지 날아갈 자세를 갖추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