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산책

우리 미술관 옛그림 - 장승업의 <고사세동도(高士洗桐圖)>

박남량 narciso 2016. 9. 7. 13:43


우리 미술관 옛그림


장승업(吾園 張承業 1843 - 1897)  <고사세동도(高士洗桐圖)>



조선의 화가인 장승업(吾園 張承業 1843 - 1897)의 고사세동도(高士洗桐圖)는 높은 선비가 오동나무를 닦고 있는 그림이라는 뜻입니다. 정원에 있는 나무도 매일 닦도록 했던 중국 원나라 시대의 화가 예찬(倪瓚 1301 - 1374)의 결벽증을 소재로 그린 것입니다. 예찬(倪瓚)은 부호의 집안에서 태어나 고서화, 고기물을 수집하고 많은 문인과 사귀며 은둔 생활을 했다고 합니다. 예찬(倪瓚)은 일상생활에서도 어디를 가든지 청소하는 시동을 대동할 정도로 결벽증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림에는 오동나무 줄기가 심하게 뒤틀려있습니다. 그리고 그림 속 두 인물보다 훨씬 크게 그려져 있습니다. 예찬(倪瓚)의 독특한 성격을 나타내는 것이 아닐까요. 그런데 나뭇잎 색깔은 싱그럽습니다. 이는 또 예찬(倪瓚)의 고귀한 마음 즉 세상의 속된 일과 담쌓은 정신을 나타낸 것일까요. 오동나무는 노년의 태가 완연합니다. 이 늙은 오동나무가 청록의 잎사귀를 피워냈으니 자연의 순환이 경탄을 낳게 합니다.

탁자를 디디고 선 채 한 손에 수건을 든 동자는 열매를 따는 장면이 아니라 오동나무를 정성스레 닦아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림의 이야기 주인공인 예찬(倪瓚)은 도인풍의 선비 모습으로 나무와 반대쪽에 앉아 있습니다. 나무에 침이라도 묻을까 멀리 피해 있는 것일까요. 머리도 정갈하게 다듬었습니다. 입은 옷도 깔끔합니다. 결벽증이 있는 예찬(倪瓚의 까다로운 모습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이겠죠. 두툼한 서책꾸러미가 곁에 놓여 있고 오동나무 아래 탁자에도 지필묵이 있는 것은 선비의 풍월을 이야기하는 것이겠죠.

이 그림을 그린 장승업(吾園 張承業)은 자유분방한 성격이었습니다. 출세나 명예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다고 전합니다. 오죽했으면 그 좋다는 궁궐에서도 몇 번이나 도망쳤겠습니까. 예찬의 성격도 장승업(吾園 張承業)과 비슷했나 봅니다. 세속적인 성공보다는 자신이 즐기는 일에 몰두하였으니까 말입니다. 그래서 예찬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남겼지 않았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