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산책

우리 미술관 옛그림 - 김홍도의 <노방로파(路傍罏婆)>

박남량 narciso 2016. 9. 5. 14:18


우리 미술관 옛그림

김홍도(金弘道 1745 - 1806)  <노방로파(路傍罏婆)>



마을 어귀에 선정비(善政碑)가 셋이 나란히 서 있는 갈림길의 정경을 담은 그림입니다. 오른쪽에는 나들이 가는 일가족이 보입니다. 아내와 막내는 소잔등에 앉히고서 사내는 좀더 큰 아이를 업고서 뒤따르고 있습니다. 왼쪽에는 막걸리 파는 아주머니가 멍석을 펴고 술동이 하나 놓고 앉아 있습니다. 한 양반이 그냥 주저앉아 대접 하나 가득 막걸리를 시원스레 들이키고 있는 광경입니다.

이 그림에서 배경으로 커다란 두 그루 나무 사이로 고을로 들어서는 사잇길을 그리고 있습니다. 오른편으로 이어지는 길에 삿갓 쓴 인물의 뒷모습이 보입니다. 중간에 이 길은 다시 작은 길로 이어집니다. 저 멀리 성벽이 있고 그 안에 홍살문이 있는 관아건물과 기왓집들이 있으니 어느 성읍(城邑) 앞일 것입니다. 그림 중간 아래에 선정비(善政碑)가 있습니다. 선정비(善政碑) 뒤로 삿갓을 쓴 인물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싸리나무 돗자리 위에 양반다리를 한 막걸리 파는 아주머니는 왼손에 잔을 쥐고 오른손으로 국자를 들었는데 국자는 술독 안에 들어가 있습니다. 그 옆 나그네는 갓 쓴 행색으로 보아 양반일 터인데 몸을 아주머니 치마꼬리에 지그시 붙여 작업을 거는 모습으로 보입니다. 나들이 가는 일가족이 나타나니 갓 쓴 양반은 무안한지 귓밥을 만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