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산책

우리 미술관 옛그림 - 장승업의 <호취도(豪鷲圖)>

박남량 narciso 2016. 8. 31. 10:55


우리 미술관 옛그림


장승업(吾園 張承業 1843 - 1897)  <호취도(豪鷲圖)>



조선의 화가인 장승업(吾園 張承業 1843 - 1897)은 일자무식이라 자기 이름도 제대로 쓰지 못했습니다. 그런 인물이 화가로서 이름을 날렸으니 기구한 사연이 있습니다. 그는 일찍 부모님을 여의고 집이 가난하여 떠돌이 생활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서울 양반집 머슴살이로 들어갔는데 마침 주인어른이 그림을 좋아하여 어깨너머로 그림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주인이 장승업(張承業)의 타고난 천재성을 알아채고 뒤를 보살펴준 덕분에 화가로서 이름을 날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장승업(吾園 張承業)의 호취도(豪鷲圖)는 다음에 소개할 쌍치도(雙雉圖)와 짝을 이루는 그림입니다.호취도(豪鷲圖)는 용맹한 독수리의 모습을 그렸고 쌍치도(雙雉圖)는 암수 꿩이 서로 어우러지는 모습을 그렸습니다. 호취도(豪鷲圖)에 그려진 두 마리의 독수리는 모습이 대조적입니다.


나무 둥치에서 뻗어나간 가지가 멋들어지게 꺾여 있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 두 마리 독수리가 앉아 있는 그림입니다. 한 마라는 몸을 숙여 알를 내려다 보고 또 한 마리는 외발로 서서 무심코 뒤를 돌아보고 있는 모습입니다. 억센 발톱과 날카로운 부리, 어딘가를 쏘아보는 듯한 매서운 눈빛에는 보는 이들이 순간 섬뜩한 기분이 들 정도로 생기가 넘쳐흐르는 것 같습니다. 특히 위쪽에 나뭇가지를 잡고 몸을 비튼 독수리는 살기등등한 날카로운 부리로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 생동감이 느껴질 것입니다. 아래의 독수리는 막 사냥을 끝내고 휴식을 취하는지 조용한 모습으로 그려졌습니다.

조선 말기의 문인서화가인 정학교(丁學敎 1832 - 1914)의 화제가 상반된 모습의 두 마리 독수리가 장악하고 있은 화면과 절묘하게 어울리지 않는가요.

地闊山高添意氣(지활산고첨의기)
楓枯艸動長精神(풍고초동장정신)

땅 넓고 산 드높아 장한 의기 더해 주고
마른 잎에 가을 풀 소리 정신이 새롭구나


이 그림을 벽사(
辟邪)의 의미로 보기도 합니다. 독수리 그림은 전통적으로 물, 불, 바람으로 인한 세 가지 재앙, 즉 삼재(三災)를 물리치고자 하는 의미로 여겨져 왔습니다. 당시 조선의 국운이 기울이지고 있음을 감지하고 외세를 물리치고자 그린 것이 아닐까요. 독수리의 모습은 조선이라는 나라를 차지하기 위해 몰려오는 제국주의 열강세력들에 저항하고자 하는 왕조의 저력과 기백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 모습으로 느껴지지 않는가요.

영화 취화선(임권택 감독, 최민식 주연)에서 만난 사람이 장승업(吾園 張承業)입니다. 임금이 그의 명성을 듣고 궁중으로 불렀습니다. 하지만 그는 천성이 자유분방하여 어디에도 얽매이기를 싫어하였습니다. 결국 궁중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도망치기 일쓰였다고 합니다. 영화에서 만난 장승업은 자유였습니다. 사회적 제약과 신분으로부터의 구속을 벗어 버리고 싶은 갈망을 보여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