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미술관 옛그림
유운홍(劉運弘 1797 - 1859) <부신독서도(負薪讀書圖)>
부신(負薪)이란 '등에 땔나무를 지다'라는 뜻으로 그림의 화제(畵題)인 부신독서(負薪讀書)는 땔나무를 지고 책을 읽다라는 뜻입니다. 책 읽는 사람의 그림 중에 공부하기를 독려하는 그림은 단연 부신독서도(負薪讀書圖)일 것입니다. 등에 짐을 지고 걸어가면서 책을 읽는 한 사내가 있습니다. 나무를 해서 산길을 내려가고 있습니다.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은 중국 전한시대 무제 때 인물인 주매신(朱買臣 BC?-BC109)이라고 합니다.
동양화의 육법전서라는 개자원화전(芥子園畵傳)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립옹(李笠翁)의 개자원화전(芥子園畵傳)은 동양화를 그리는 화가나 그림 배우는 사람에게는 절대로 필요한 육법전서 같은 책입니다. 이 책은 17세기 청나라 초기에 남경에 살던 이어(李漁)의 별장에서 출간되었습니다. 개자원(芥子園)이란 이어의 별장 이름입니다. <인생은 그림 같다>의 저자 손철주의 이 그림에 대한 이야기가 해박한 이론이 되지 않을까요.
이 그림은 썩 잘 그린 편이 아니다. 우선 화제가 눈에 거슬린다. 오른쪽 위의 여백을 사정없이 잡아먹은 글씨는 멋대가리 없이 크다. 옛 그림에서 화제나 제발(題跋)은 글씨로 쓴 그림처럼 조형적 구도를 엄밀히 따졌다. 그런가 하면 나무와 산, 인물의 옷주름 따위를 묘사한 준법(皴法)은 맥빠진 상투성에 머물렀고, 산 중턱에 놓인 삼층석탑과 그 앞의 너럭바위는 풍경의 리얼리키에 치명타를 안겼다. 한 마디로 기운생동과는 거리가 멀고 조악한 모형을 벗어나지 못한 그림이라 하겠다.
주매신(朱買臣)은 생업에 재주가 없고 40세가 되도록 오직 책읽기만 즐긴 가난한 유생으로 지냈습니다. 결국 처자식도 돌보지 못할 만큼 곤궁하여 나무를 해서 팔아 생계를 유지해야 하니 먹고 살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는 나무를 하면서도 책을 걸어놓고 읽고 땔감을 지고 시장으로 갈 때도 경서를 암송하며 길을 걸었습니다. 길을 잃고 헤매기도 하고 늦게 들어오기도 하였다고 전합니다. 아내가 만류하면 도리어 더 큰소리로 읽곤 했습니다. 결국 아내와 자식은 가난을 이기지 못하고 그를 버리고 멀리 떠나 버렸습니다. 50세가 되었을 때 마침 그는 장안으로 올라가는 한 관원이 갖고 갈 물건이 너무 많아 어려워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운반을 자청하였습니다. 장안에 도착한 그는 한무제를 알현할 수 있어 그의 질문에 조리 있게 대답하여 등둉되어 출세의 꿈을 이루게 됩니다. 땔나무를 팔아 가며 독학하여 벼슬이 승상에 이르렀다고 하여 '주매신 오십부귀(朱買臣 五十富貴)'라는 말이 있습니다. 대기만성, 입신출세를 비유하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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