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산책

우리 미술관 옛그림 - 소당(小塘) 이재관(李在寬)의 파초하선인도(仙人松下吹笙圖)

박남량 narciso 2018. 7. 18. 14:22


우리 미술관 옛그림

소당(小塘) 이재관(李在寬 1783-1837)  파초하선인도(仙人松下吹笙圖)


소당(小塘) 이재관(李在寬 1783-1837)은 일찍이 아버지를 여의고 집이 가난하여 그림을 팔며 어머니를 봉양했던 사람입니다.  이재관(李在寬)은 전문적으로 그림을 배운 적은 없으나 그의 천재성은 스스로 옛 화법을 터득하게 했습니다. 산수나 인물을 비롯한 자연의 모든 사물을 표현한 데에 참으로 뛰어난 바 있으며 특히 인물초상은 헌종 2년(1836)에는 태조의 어진이 훼손된 것을 복원하였으니 대단한 솜씨임에는 틀림이 없나 봅니다.  이재관(李在寬)의 그림은 일본인들에게 인기가 있어서 해마다 동래관을 통하여 일본인들이 그림을 사갔다고 합니다. 귀어도(歸魚圖), 오수도(午睡圖), 송하처사도(松下處士圖), 파초하선인도(仙人松下吹笙圖), 금강산의 총석도(叢石圖) 등이 유명합니다.

이 그림은 여섯 폭으로 이루어진 선인도 중의 한 폭으로 네 폭에는 여선(女仙)이 등장하고 있으며, 두 폭에는 고사(高士)가 나타나 있습니다. 한 가지 꺾여온 파초 생잎 위에 선인(仙人)이 동자가 갈아주는 먹을 찍어 붓글씨를 씁니다. 종이나 비단이 아닌 파초잎에 붓을 대는 맛은 촉감이 남다를 것이고 정취는 소박해도 잔잔한 재미가 올 것입니다. 파초잎 위에 무엇을 쓸까. 아니면 무슨 그림을 드리울까. 그것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새파란 생잎 위에 검은 먹물로 쓰고 그려나갈 것이란 것 자체가 생체험의 재미가 듭니다. 소당(小塘) 이재관(李在寬)의 담담하고 부드러운 필선은 선인과 먹을 가는 동자, 바위와 파초와 물을 하나로 아우르는 정취가 감돕니다.

소당(小塘) 이재관(李在寬 1783-1837)  파초하선인도(仙人松下吹笙圖)에 그려진 주인공은 당(唐)나라 때 글씨로 유명한 회소(懷素 725-785)라고 합니다. 그림 속에서 그는 동자를 거느린 고사 복색의 인물로 묘사되고 있으나 법명이 회소(懷素)인 승려로 속성은 전(錢)입니다. 미친 듯이 휘갈겨 쓰는 초서(草書)라고 해서 광초(狂草)로 불리는 장르에 뛰어났는데 집이 가난해 종이 대신 파초(芭蕉) 잎에 글씨를 썼고 또 글씨 연습을 위해 간 먹물로 연못물이 온통 검어졌다는 고사를 남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