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산책

우리 미술관 옛그림 - 오원(吾園) 장승업(張承業)의 <추남극노인도(秋南極老人圖)>

박남량 narciso 2018. 7. 25. 14:41


우리 미술관 옛그림

오원(吾園) 장승업(張承業 1843-1897)  <추남극노인도(秋南極老人圖)>



오원(吾園) 장승업(張承業)의 <추남극노인도(秋南極老人圖)>라는 신선도(神仙圖)입니다. 그림에 관해서만큼은 장승업(張承業)의 열정과 자부심을 따라올 자가 있었을까요. 조선의 화단에는 단원(檀園) 김홍도(金弘道)와 혜원(蕙園) 신윤복(申潤福)이라는 걸출한 화가가 있었습니다. 장승업(張承業)은 '나도 원(園)이다' 하는 뜻으로 오원(吾園)이라는 호를 지어 그들과 같은 반열에 올립니다.

장승업(張承業)의 추남극노인도(秋南極老人圖)는 춘남극노인도(春南極老人圖)와 함께 고종에게 진상한 신선도(神仙圖)입니다. 고종의 만수무강을 기원하는 그림입니다. 남극노인(南極老人)은 인간의 수명을 관장하는 신선(神仙)입니다. 중국 그림에서 나오는 신선(神仙)처럼 머리는 크게 그렸으며 얼굴 표정은 조선 사람의 모습으로 표현하였습니다. 고종(高宗) 임금도 장승업(張承業)을 경복궁 단청공사의 책임자로 둘 정도로 그를 인정하고 아꼈습니다.

고종(高宗 1852-1919) 임금이 직접 그를 불렀습니다. 그리고는 정6품 감찰 벼슬을 내리며 궁궐에서 병풍을 그리게 합니다. 일자무식 천민 신분에서 궁중화가로 벼락출세의 길이 열립니다. 왕은 그에게 병풍을 주문하고 모든 것을 준비해 줍니다. 그런데 술이 취해야 붓을 드는 그에게 가장 중요한 하나가 부족했습니다. 바로 술입니다.

조선시대 하층민의 전기를 모은 장지연(張志淵 1864-1921)의 <일사유사(逸士遺事)에 이때의 일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고종(高宗) 이 미리 궁중 음식을 감독하는 자에게 지시하여 술을 많이 주지 못하게 하고, 하루 두어 번 두세 잔씩만 주도록 하였다."고 합니다. 결국 장승업(張承業)은 답답함을 견디지 못하고 문지기에게 물감과 도구를 사러 간다고 속이고 밤중에 탈출하기도 하고, 궁을 지키는 병사의 옷을 훔쳐 입고 달아나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도망을 나오면 늘 저잣거리 주막으로 가서 술을 마셨기 때문에 바로 잡혔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