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미술관 옛그림
관아재(觀我齋) 조영석(趙榮祏 1686-1761) 노승탁족도(老僧濯足圖)
조선 후기의 문인 화가인 관아재(觀我齋) 조영석(趙榮祏 1686-1761)의 노승탁족도(老僧濯足圖)로 고사인물화(故事人物畵)입니다. 조영석(趙榮祏)은 풍속화(風俗畵)를 처음 개척한 화가로 김홍도(金弘道 1745-1806)에게 영향을 미친 화가입니다. 그는 인물화(人物畵) 뿐만아니라 산수화(山水畵)와 영모화(翎毛畵)도 잘 그렸습니다. 종보(宗甫)는 그의 자(字)입니다.
노승탁족도(老僧濯足圖)는 자연을 배경 삼아 계곡의 나무그늘 아래서 무릎 위 허벅지까지 바지를 걷어올린 채 다리를 꼬아 물에 담그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림 속에는 몇 송이 꽃을 피웠는데 필 듯 말 듯 새잎이 돋는 모양새입니다. 아직 찬바람이 남은 계절이라 옷을 풀어 제치고 탁족(濯足)할 정도는 아닌가 봅니다. 그림 속의 승려는 얼굴 표정이 득도한 승려 모습보다는 인간적 고뇌가 짙게 베인 그리고 의연한 자세가 아닌 현실의 고뇌와 체취가 물씬 풍기는 모습을 읽게 합니다.
탁족도(濯足圖)는 조선시대 여러 사람들이 즐겨 그린 소재입니다. 중국 전국시대 초(楚)나라의 정치가, 시인 굴원(屈原 BC340-BC278)이 지은 초사(楚辭) 중 어부사(漁父辭)에 초(楚)나라 왕에게 옳은 일을 고하다가 쫓겨나 한탄하는 굴원(屈原)에게 배로 강을 건너게 한 어부가 삶의 처세를 은유적으로 알려주는 대목이 있습니다.
滄浪之水淸兮 可以濯我纓 (창랑지수청혜 가이탁아영)
滄浪之水濁兮 可以濯我足 (창랑지수탁혜 가이탁아족)
흐르는 물이 맑으면 나의 갓끈을 씻고
흐르는 물이 흐리면 나의 발을 씻는다.
이 글은 세상이 맑으면 갓을 쓰고 관직으로 나아가 꿈을 펼치고,
세상이 흐리면 흐린 물에 발이나 씻으며 은둔하며 자족하라’ 는 뜻으로
해석되는 글입니다. 여기에 탁족(濯足)이란 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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