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미술관 옛그림
강희안(姜希顔 1419-1464) <고사관수도(高士觀水圖)>
한 선비가 너럭바위에 몸을 파묻고 팔짱에 턱을 의지하여 흐르는 물을 하염없이 내려다 봅니다. 뒤에는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있고 머리 위에는 덩쿨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습니다. 선비의 모습은 인간세상을 초월한 듯 자연과 벗삼아 살아가는 은둔자적인 여유로움이 느껴집니다. 선비의 한가로움은 자연과 하나가 된 모습입니다.
바위에 엎드려 흐르는 물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사색에 잠겨 있는 한 선비를 그린 그림입니다. 깊은 사색과 그윽한 관조(觀照)가 깃든 작품입니다. 그림만이 그려낼 수 있는 선비의 내면 세계가 있습니다. 너럭바위에 편안히 엎드린 선비는 팔짱에 턱을 괸 채 산골 물을 하염없이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바람이 넝쿨을 흔들고 선비의 볼에 와 닿은 바람결이 흐뭇한지 아니면 깨달음을 얻었는지 앞머리가 벗겨진 넓적한 얼굴에 보일 듯 말 듯 엷은 미소를 머금고 있습니다.
고사관수도(高士觀水圖)는 '보는 물'에 맞춤한 그림이라고 손철주의 <인생은 그림 같다>에서 말하고 있습니다. 이어 "선비가 보는 것은 물에 비친 제 모습이다. 똑같이 물에 제 모습을 비추던 나르시스는 죽음을 택했다. 그는 자신의 치명적인 정체성을 물에서 확인한 순간 몰아(沒我)로 나아갔다. 그러나 동양의 선비에게 물은 관조(觀照)의 수단이다. 관조(觀照)의 결과는 몰아(沒我)가 아닌 몰아일체(沒我一體)의 깨달음이다."라고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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