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 성어

우리나라 정치와 사회를 풍자한 데 어울리는 고사성어 당동벌이(黨同伐異)

박남량 narciso 2015. 5. 17. 09:05


우리나라 정치와 사회를 풍자한 데 어울리는 고사성어 당동벌이(黨同伐異)



진시황(秦始皇)이 중국을 통일하고 강력한 중앙 집권화를 이룩한 이래 중국의 권력은 오직 황제 한 사람에게 집중되었다. 자연히 황제를 둘러싼 친위 집단이 권력을 농단하게 되었는데 그 중심을 이룬 것이 환관과 외척 세력이었다.

또 한(漢)나라 때에는 유교를 국교로 하여 유학을 공부한 선비 집단이 성장하였다.그런데 왕망(王莽)이 제위를 찬탈하자 선비들은 초야로 피해 청의(淸議)를 일삼고 자연스럽게 명망 있는 인물을 중심으로 뜻을 같이하는 무리들이 모였다. 이를 당인(黨人)이라 한다.

후한(後漢) 때에는 제4대 화제(和帝) 이후 역대 황제가 모두 어린 나이에 즉위하였다. 그래서 황태후가 섭정이 되고 그 일족인 외척이 권력을 손아귀에 넣었다. 그러나 후일 장성한 황제는 이들의 전횡을 탐탁치 않게 여겨 자신의 친위 세력을 키우고 외척에 대항하여 이를 타도하는 역할에 중심이 된 세력이 바로 환관이었다.

환관들은 집단의 결속력이 유달리 강하고 사회적 책임이나 정치적 경륜보다는 자신들의 이해에 민감하였다. 따라서 이들이 권력을 쥐면 부정과 부패가 만연하게 마련이었다. 유교적 교양을 쌓은 지식 집단인 선비들이 환관의 농단으로 국정이 문란하고 풍속이 타락해 가는 것을 방관만 하고 있을 리 없었다.선비들도 명망 있는 인물을 중심으로 모여 전국적으로 방대한 세력을 형성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선비 집단과 외척 그리고 환관 세력이 서로 물고 물리는 정권 다툼을 벌이는 과정에서 옳고 그름을 떠나 다른 집단을 무조건 배격하는 것은 예상되는 일이었다. 이를 가리키는 말이 당동벌이(黨同伐異)이다.

전한(前漢)은 외척이 망쳤고, 후한(後漢)은 환관이 망쳤다고 한다. 후한 말에 이르러 환관들은 외척과 선비 집단을 철저히 탄압하였다. 그 결과로 지식인 관료 집단인 선비 집단이 황실을 버림으로써 후한(後漢)이 자멸하게 되었다.


후한서(後漢書) 당동전(黨同傳)에서 유래되는 고사성어가 당동벌이(黨同伐異)이다.

당동벌이(黨同伐異)란  서로 의견과 뜻이 같은 사람끼리는 뭉치고 저희와 다른 사람은 물리침을 이르는 말로 옳고 그르고 간에 같은 사람은 편들고 다른 파의 사람을 배격하는 것을 뜻한다.

2004년 올해의 사자성어가 당동벌이(黨同伐異)이다. 새해 연초부터 한 해의 끝자락까지 정치권이 정파적 입장이나 이해관계에 따라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운 데 선정배경이 있다고 한다. 10년이 흐른 지금 달라진 게 무엇이 있을까? 여야의 대립에서 국민은 안중에 없고 당리당략만 보일 뿐 상대를 설득하는 논리나 합리적인 대화가 보이지 않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대동소이(大同小異)다. 새 정부가 들어선 뒤 내내 지속된 정쟁과 끝을 알 수 없는 경제불황으로 갈피를 잡지 못하는 상황에서 사회지도층의 위선과 정제되지 못한 언어가 난무하고 사회 각 분야에서 화합하지 못하고 대립과 분열을 일삼는 행태가 심각하고 더불어 안보불안까지 겹치니 어쩌란 말인가? 동방삭(東邦朔)의 비유 선생론(非有先生論)이라는 풍자문에 나오는 사자성어가 생각난다. 국민들이 입을 열기가 어찌 쉬운 일이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