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 성어

올바르지 못한 짓을 하고도 예사롭게 여겨 부끄러워 하지 않는다는 고사성어 염불위괴(恬不爲愧)

박남량 narciso 2019. 5. 29. 19:35


올바르지 못한 짓을 하고도 예사롭게 여겨 부끄러워 하지 않는다는 고사성어 염불위괴(恬不爲愧)



인간이 느끼는 부끄러운 감정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부끄러움은 인간의 도덕성과 연관된 즉 도덕적 관념으로 설명하는 사람도 있다. 맹자(孟子 BC372-BC289)는 인간에게는 선천적으로 내재된 도덕적 감정이 네 가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바로 사단(四端)이다. 수오지심(羞惡之心), 측은지심(惻隱之心), 시비지심(是非之心), 사양지심(辭讓之心)이다. 사단(四端) 중 수오지심(羞惡之心)이 부끄러운 감정이다. 도덕적으로 바르지 않은 행동에 대해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끼는 마음이다.

염불위괴(恬不爲愧)란 말이 작가 최정미의 소설《장옥정 사람에 살다 / 클레마》에 나온다.

홀로 옥계에 쪼그려 앉은 옥정의 눈시울이 젖어들었다. 이순에 대한 걱정과 안타까움으로 도무지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분의 고통을 나눌 수도, 감해줄 수도 없는 처지가 아닌가. 옥정은 그제야 진작 치마를 뒤집어 입고 특별상궁이 되지 못한 일을 후회했다. 그랬더라면 그분에 대한 걱정이나마 마음 놓고 할 수 있었을 것을.

이때 한 무리의 궁녀들이 사나운 표정으로 옥정을 둘러쌌다.
"왜 그러시오?"
대비전에서 왔음을 밝힌 한 궁인이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대비 마마께서 찾으시니, 순순히 따라와 험하게 다루지 않게 해주시오."
옥정의 가슴이 철령 내려앉았다. 궁녀들이 옥정을 끼고 대비전으로 향했다.
옥정이 대비전 마당에 꿇려졌다. 대비 김씨가 옥정을 서늘한 눈빛으로 쏘아보았다.
"중전의 상중에 언감생심 주상을 현혹시킨 것도 용서치 못할 일인데, 승은을 입고도 치마를 뒤집어 입지 않은 저의는 무엇이며, 그간 부린 농간은 무엇인가 말이다?"
"아둔한 소인이 무슨 저의가 있겠사옵니까? 소인 그저 주상 전하를 안중지인(眼中之人)으로 마음 깊이 연모하고 있을 뿐입니다. 하오니 청컨대, 소인으로 하여금 전하의 옥체를 살피게 하여주십시오."

옥정은 병석에 누워 신음하고 있을 이순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다.
"방자하구나! 잘못을 하고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형태가 참으로 염불위괴(恬不爲愧)가 아니고 무엇인가? 네 년이 무언데 주상의 옥체를 살피겠다는 것이야? 옛말에 물고기 한 마리가 온 물을 다 흐린다 하였다. 네년 하나로 인하여 내명부의 기강이 문란할 대로 문란해졌으니, 일어탁수(一魚濁水)가 가히 너를 두고 있는 말이 아니겠는가?"
"소인이 미령하여 대비 마마의 심기를 어지럽혔다면 용서해주십시오!"

사회적으로 끊임없이 발생하는 여러 가지 윤리 위배 같은 문제가 형평성과 공정성이 위협 받고, 조직 내부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는 것은 결국 적은 노력으로 부당한 이득을 얻겠다는 심사에서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거기에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그런 행위를 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염불위괴(恬不爲愧)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올바르지 못한 일을 하고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염불위괴(恬不爲愧)의 마음이 이 사회의 가장 큰 문제일 것이다.


염불위괴(恬不爲愧)란 편안해서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다는 뜻으로, 올바르지 못한 짓을 하고도 예사롭게 여겨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꽃사진: 삼색제비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