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설화

오랑캐꽃이라는 제비꽃

박남량 narciso 2007. 5. 22. 15:25


오랑캐꽃이라는 제비꽃

 

 

이른 봄 우리나라 산야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풀꽃은 무엇일까?
민들레,제비꽃이 먼저 떠오른다
제비꽃은 여름철새인 제비와
모습이나 색깔이 비슷하고
눈에 띄는 시기도 비슷하여 사람들은
제비가 씨를 물어와
이 꽃을 피운다고 생각하였다.

두 개의 꽃을 서로 얽어
잡아당기는 놀이를 즐겼다 하여
장수꽃, 씨름꽃이라 불리기도 하며

보릿고개라 불리는 춘궁기가
하필이면 제비꽃이 필 무렵이었는데
옛날에는 이때쯤 북쪽의 오랑캐들이
양식을 구하러 자주 쳐들어왔던 모양이다.



그래서 조상들은
제비가 돌아올 때
피는 꽃이라는 제비꽃 대신
오랑캐가 쳐들어올 때
피는 꽃이라는 뜻에서
오랑캐꽃으로 불렀던 것이다.
오랑캐꽃이란 이름말고도
제비꽃은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다.

병아리처럼 귀엽고 앙증맞다고 병아리꽃,
어린 잎을 무쳐 먹는다 해서 외나물꽃,
땅바닥에 바짝 앉아서 핀다고 앉은뱅이꽃,
꽃으로 반지를 만들어 끼었다고 반지꽃 등
대부분 친근한 이름으로 불려졌다. 



 

 서양에서는 예로부터
제비꽃을 장미와 백합과 더불어
성모에게 바치는 꽃으로도 썼다.
이는 제비꽃의 색깔이
성모 마리아의 옷 색깔과 같기 때문이었는데



제비꽃의 꽃말은
겸손, 아름다운 여인 이며
흰색은 겸양, 소박함,
노란색은 행복을 뜻한다.
하늘색은 성실, 정절이며
보라색은 사랑이라고 한다.
이처럼 다양한 색만큼이나
다양한 꽃말을 가지고 있다.

아름다운 여인의 속눈썹처럼
그저 아름답게 보이는 제비꽃이지만
아름다운 여인의 눈물처럼
슬픔을 간직한 꽃이기도 하다.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가 있는
제비꽃의 설화 속으로 들어가 보자.



그리스에 아티스라는 양치기가 있었다.
아티스는 이아라는 소녀와
사랑을 나누고 있었다.
그들의 사랑을 못마땅하게 보는 신이 있었다.
아티스는 아름다움과 사랑의 여신인 아프로디테
즉 비너스가 아끼는 소년이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 아프로디테는 에로스를 불렀다.
에로스는 큐피트라고 하는데
그가 쏜 화살을 맞으면 신이거나 사람이거나
어쩔 수 없이 사랑을 하게 하였다.



「 에로스, 그 화살을 이아의 가슴에 쏘아서
더욱 사랑에 불붙게 하라.
그리고 아티스의 가슴에는 납화살을 쏘아
사랑을 잊게 하여라」

에로스는 어머니인
아프로디테의 명령대로 하였다.
화살을 맞은 이아는
아티스를 더욱 사랑하게  되었지만
납화살을 맞은 아티스는 사랑이 싸늘하게 식어
이아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 아티스, 왜 그러지요? 제가 싫어졌나요?」

아티스는 이아를 만나려 하지 않았다.
이아는 서글픔을 견디지 못하고 죽고 말았다.
이아가 죽자
아프로디테는 후회를 하였다.
그래서 이아를 모든 이에게
사랑을 받는 꽃으로 만들어 주었다.
이렇게 해서 태어난 꽃이 제비꽃이다.



또 다른 이야기는 제우스가
제비꽃을 만들었다는 이야기
제우스는 시냇물 신의 딸인 이오를
사랑하게 되었다.
둘이서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질투심 강한 제우스의 아내
헤라에게 들키고 말았다.
겁이 난 이오는
얼른 양으로 변신하여 숲에 숨었다.
눈치를 챈 헤라는
양으로 변신한 이오를 괴롭혔다.
이오는 헤라의 질투를 피해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떠돌아 다녔다. 



 

제우스는 이오가 너무 가여워
어린 양이 된 이오의 식량으로
제비꽃을 만들었다.
제비꽃을 만들 때
이오의 맑은 눈동자를
생각하면서 만들었다고 한다.



서양의 한 노래 가사에
하늘에서 반짝이는 별,
땅에서 미소 짓는 제비꽃.
이라는 구절이 나온다고 한다.
이 작고 앙증맞은 꽃을
하늘의 별과 같이 보는 것이다.
제비꽃은 그리스의 국화로
그리스어로 이온(ion)이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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