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신 두로에게 목숨을 잃은 고구려 모본왕
대무신왕이 숨을 거두자 큰 왕비가 낳은 태자가 있었으나 나이가 어려 대무신왕의 아우 해색주가 제 4 대 임금이 되니 그가 민중왕이다. 어쩌다 임금이 되기는 했으나 임금으로 자격이 없는 신통찮은 위인이었다. 임금이 백성을 돌보지 않고 고개를 돌리자 백성들이 민중왕 곁을 떠나기 시작하여 옆나라로 항복해 가고 말았다. 고구려 역사에 처음 있었던 일로 부끄러운 일이었다. 민중왕이 이러한 문제로 앓다가 세상을 떠나고 호동왕자를 자결하게 만들었던 대무신왕의 큰 왕비 아들인 이름이 해우인 해애루가 임금이 되니 그가 제 5 대 모본왕이다. 모본왕 역시 민중왕에 뒤떨어지지 않게 포악하였으며 별난 버릇이 있는 임금이었다. 어쩌다가 그렇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사람을 깔고 앉는 버릇이 있었으며 잘 때도 사람을 베고 자기를 즐겼다. 거기에다 신하가 바른말을 하면 목을 베는 끔직한 버릇까지 가지고 있었으니 그 앞에서는 바른말을 하지 못하였다.
어느 날 한 충신이 용기를 내어 임금의 못된 버릇을 지적하자 모본왕은 그 충신을 뜰로 끌어내어 활로 쏘아 죽였다. 백성과 신하의 생명을 중히 여기지 않는 폭군이 다스리는 나라이다 보니 나라 꼴이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그에 더불어 2 년동안 홍수와 가뭄에 시달려 백성들은 하늘과 임금을 동시에 원망하며 고된 나날을 보내는데 모본왕은 아는지 모르는지 더욱 거칠어 갔다.
모본왕 주변에 두로라는 신하가 있었다. 두로는 임금을 가까이에서 모시는 신하인지라 그도 언제 무슨 일로 죽을 지도 모른다는 공포감 때문에 밤이면 헛소리를 하곤 했다. 아들이 밤마다 헛소리하는 것을 보다 못해 두로의 어머니가 넌지시 한마디 했다.
네가 신하된 자로서 도리를 모르는 바 아니나 지금의 조정 형편을 보건대 너의 충성이 헛된 게 아닌가 생각이 되는구나. 지금의 임금은 신하의 목숨을 파리의 목숨보다 못하게 여기니 어찌 원수가 아니겠느냐.
두로는 어머니의 말씀에 어떤 결론을 얻었다. 다음 날 두로는 대궐로 나가면서 칼을 품었다. 모본왕은 그날도 신하를 깔고 앉을려고 훑어보다가 두로가 눈에 띄었는지 그를 앞으로 나와 바닥에 엎드리라고 했다. 임금의 말이 떨어지는 순간 두로는 품고 있던 비수를 꺼내 모본왕을 죽였다. 임금을 죽였으니 마땅히 역적이 되는데 모든 이가 그에게 장한 일을 하였다고 하였다. 두로는 그의 어머니에게서 용기를 얻었던 것이다. 임금을 모본원 언덕에 장사지내고 모본왕이라고 하였다.
모본왕이 죽자 다음 임금이 태조왕이다. 고구려 역대왕 중에서 가장 오랫동안 왕위에 있었던 왕이다. 고구려를 고대국가로서 발판을 굳힌 왕이다. 이때부터 계루부족의 고씨 시대가 시작되었으며 순로부족 해씨 왕시대는 끝이 났다. 그리고 세습제도가 자리를 잡게되었는데 이전에는 아버지가 아들에게 왕위를 물려주는 것이 아니라 형이 아우에게 물려주는 게 왕실의 전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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