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될 사람이 선택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인사입니다
고려 충렬왕(忠烈王 1236-1308)이 한 환관에게 관직을 주고자 하는데 승지인 안진(安震)이 안 된다고 고집하였습니다. 하루는 왕이 안진(安震)을 불러 임명장을 쓰도록 명령하였습니다.
"이 사람이 나를 위해 오랫동안 일해 왔으니, 경은 반대하지 말고 육품의 관직을 주도록 하라!"
안진(安震)은 할 수 없이 낭장(郎將)벼슬의 임명장을 쓰고는 왕 앞에 엎드려 간청하였습니다.
"신과 같이 못난 자가 전하를 가까이서 모시고 있으니 인물을 기용하는 일은 감히 감당치 못하겠사오니 부디 현명한 사람을 택하여 신의 관직을 맡게 하소서."
안진(安震)의 말이 하도 간절하므로 왕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왕이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안진(安震)은 그 뒤를 따라 꿇어앉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더 아뢸 말씀이 있사옵니다. 신은 내일이면 갈려 갈 것이오니 그 환관에게 관직을 내리는 명령을 보류해 두었다가 훗일에 다시 하소서."
이미 문턱을 넘어선 왕은 잠깐 뒤를 돌아보면 그래! 그래! 하고 대답하였습니다. 주위 사람들은 그 광경을 보고 있다가 후에 무슨 일이 생길까봐 모두 두려워하였습니다. 그러나 안진(安震)은 천연히 자리에 돌아와 앉으며 전하께서 신에게 허락하셨다고 하면서 임명장을 없애 버리고 말았습니다.
자신의 지위를 걸고 왕의 정실 인사를 기어이 막아낸 승지 안진(安震)의 기개를 본받자고 후세의 대학자 이제현(李齊賢 1287-1367)의 역옹패설(櫟翁稗說)에 기록한 이야기입니다. 역옹패설(櫟翁稗說)은 고려 후기의 시인이자 화가인 이제현(李齊賢)이 저술한 시화집(詩話集)입니다.
소신과 용기를 갖기는 어렵습니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依阿權勢者 凄凉萬古(의아권노자 처량만고) 권세에 아첨하는 이 만고에 처량할지라."했습니다. 눈앞의 편안함만을 생각한다면 소신과 용기를 포기함이 나을 것입니다. 그러나 먼 훗날, 자기의 인생을 뒤돌아볼 때를 생각하여야 합니다. 소신과 용기를 갖고 살아온 삶은 스스로 보기에도 떳떳하고 아름답습니다. 소신과 용기는 희망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합니다. 우리의 작은 행동 하나가 누군가에게 큰 힘이 될 수 있습니다. 채근담(菜根譚)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功名富貴 遂世轉移 而氣節 千載一日(공명부귀 추세전이 이기절 천재일일)
공명과 부귀는 세상을 따라 옮겨가지만 의기와 절조는 천년이 하루와 같다."<곷사진: 핫립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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