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산책

신라인의 노래 향가(鄕歌)

박남량 narciso 2021. 3. 14. 09:24

신라인의 노래 향가(鄕歌)


향가는 노래로 부를 수 없는 노래입니다. 왜 그럴까요? 천여 년 전 신라인들이 지어 부른 이 노래들은 세월이 흐르는 동안 악곡을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단지 노랫말과 그 배경 설화만 전해오고 있습니다. 삼국유사에 실려 있는 향가14편 가운데 12편은 다음과 같습니다.

선화공주님은
남 몰래 사귀어 두고
서동서방을
밤에 몰래 안고 간다네. <서동요(薯童謠)>

붉은 바윗가에
고삐 잡은 암소 놓게 하시고
나를 아니 부끄러워하시면
꽃을 꺾어 바치오리다. <헌화가(獻花歌)>

거북아 거북아 수로부인 내놓아라
남의 부인 빼앗은 죄 얼마나 큰지
네가
만약 거역하여 내놓지 않으면
그물로 너를 잡아 구워 먹으리. <해가(海歌)>

서울 밝은 달밤에
밤새도록 놀며 다니다가
들어와 잠자리 보니
다리가 넷이로다
둘은 내 것이건마는
둘은 누구 것인고
본디 내 것이다만
빼앗긴 걸 어찌할꼬. <처용가(處容歌)>

달님이시여! 이제
서방까지 가셔서
아미타불 부처님께
일러다가 사뢰소서
다짐 깊으신 부처님 우러러
두 손 합장하여
원왕생 원왕생
그리는 사람 있다고 사뢰소서
아아 이 몸 남겨두고
마흔 여덟 큰 소원 다 이루실까. <원앙생가(鴛鴦笙歌)>

제 마음의
모습 모르던 날
멀리 O O 지나치고
이제는 숨어서 가고 있네
오직 그릇된 파계주를
두려워할 것에 또 다시 돌아가리
이 칼에야 찔린다면
좋은 날이 새리러니
아아! 아직 요만한 선행은
새집 안 되리이다. <우적가(遇賊歌)>

지팡이 짚고 산으로 가는 뜻 깊기만 한데
비단과 구슬로 어쩌 마음을 다스리랴
숲속의 도적들아 재물일랑 주지마라
지옥은 다름 아닌 재물이 근원이라네. <영재 도둑 만나다>

오늘 여기에 산화가 불러
뿌린 꽃아 너는
곧은 마음의 명령을 부림이니
멀리 미륵좌주(부처)를 모셔라. <도솔가>

삶과 죽음의 길이
여기에 있으매 두려워하고
나는 간다는 말도
못다 이르고 갔는가
어느 가을 이른 바람에
여기저기 떨어지는 잎처럼
한 가지에 나고서도
가는 곳 모르누나
아아, 미타찰(극락세계)에서 너를 만나 볼 나는
도 닦으며 기다리련다. <제망매가(祭亡妹歌)>

옛날 동해 물가
건달파가 놀던 성을 바라보고
왜군이 왔다!
봉화 올렸던 변방이 있어라
세 화랑이 산 구경 오심을 듣고
달도 부지런히 등불을 켜는데
길 쓸 별 바라보고
혜성이여! 라고 말한 사람이 있구나
아아! 달은 저 아래로 떠갔더라
이봐 무슨 혜성이 있을고. <혜성가(彗星歌)>

바람이 분다고 하되
임 앞에 불지 말고
물결이 친다고 하되
임 앞에 치지 말고
빨리 빨리 돌아오라
다시 만나 안고 보고
아흐! 님이여 잡은 손을
차마 물리려뇨. <송출정가(送出征歌)>

지나간 봄을 그리워하니
모든 것이 울게 하는 시름
아름다움 나타낸
모습이 주름살지는구나
눈 돌리 사이라도
만나보기 이루
낭이여 그리는 마음에 가는 길
다북쑥 마을에 잘 밤이 있으리. <모죽지랑가(慕竹旨郞歌)>

흐느끼며 바라보매
이슬 밝힌 달이
흰 구름 따라 더간 언저리에
모래 가른 물가에
기파랑의 모습이 있도다
일오내 자갈 벌에서
낭이 지니시던
마음의 끈을 쫓고 있노라
! 잣나무 가지가 높아
눈이라도 덮지 못할 고깔이여. (찬기파랑가(讚耆婆郞歌)>

임금은 아비요
신하는 사랑하는 어미요
백성은 어리석은 아이라고
하실진대 백성이 사랑을 알리라
대중을 살리기에 익숙해져 있기에
이를 먹여 다스릴러라
이 땅을 버리고 어디로 가겠는가
할진대 나라 보전할 것을 알리라
아아, 임금답게 신하답게 백성답게
한다면 나라가 태평하리다. <안민가(安民歌)>

질 좋은 잣이
가을에도 말라 시들지 않는데
너를 중히 여기겠다고 말하시던
우러러보던 얼굴빛 변하였도다
달 그림자 내린 연못가에
일럴이는 물결 속에 모래처럼
모습이야 바라볼 수 있지만
세상 모든 것 잃어버린 처지여. <원가(怨歌)>

무릎을 낮추며
두 손바닥 모아
천수관음 앞에
기원의 말씀 드립니다
한 개의 손에 있는 천 개의 눈을
손 하나 놓아 둔 하나 덜어서
두 눈이 먼 나이니
하나야 주소서 매달리누나
아이 눈 먼 나를 알아주실진대
어디에 쓰실 자비라서 큰가요. <도천수대비가(禱千手大悲歌)>

향가란 신라 사람들이 지어서 즐겨 부르던 노래로 향찰로 기록되었습니다. 향가의 향()에는 우리나라또는 우리 고유의 것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그 옛날 신라 사람들은 한시(漢詩)와 같은 중국의 시가(詩歌)와 구분하여 자기네 나라 사람들이 만들어서 부르는 노래를 향가라고 불렀습니다. 향가는 하늘과 땅, 그리고 귀신까지 감동시켰다고 합니다. 향가에 담긴 신라인의 마음을 오늘날 우리의 생각이나 상상력과 견주어 읽어 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신라인들은 극락왕생을 꿈꾸며 달에게 소원을 빌며 아미타불에게 전해주리라 상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