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산책

우리 미술관 옛그림 - 긍제(兢齊) 김득신(金得臣)의 밀희투전도(密戱鬪錢圖)

박남량 narciso 2019. 10. 22. 17:15


우리 미술관 옛그림

긍제(兢齊) 김득신(金得臣 1754-1822) <밀희투전도(密戱鬪錢圖)>


조선시대 후기의 화가인 긍제(兢齊) 김득신(金得臣 1754-1822)은 선배 화가인 단원(檀園) 김홍도(金弘道 1745-1806))의 영향을 매우 많이 받은 인물입니다. 그러나 이 그림 밀희투전도(密戱鬪錢圖)는 김홍도(金弘道)의 영향을 벗어난 독자적 화풍으로 평가됩니다. 특히 투전(鬪錢)판에 몰입한 인물들의 표정 묘사는 김득신(金得臣)만의 독창적인 화법이라 하겠습니다. 이 그림은 긍제(兢齊) 김득신(金得臣)의 밀희투전도(密戱鬪錢圖)라는 풍속화(風俗畵)입니다. 투전도(鬪錢圖)라고 소개하기도 합니다. 투전(鬪錢)에 열중하고 있는 남자들의 모습을 그린 풍속화(風俗畵)입니다.

이 그림은 각 인물들의 얼굴 표정과 몸짓에서 투전(鬪錢)에 정신없이 빠져 있는 모습이 느껴집니다. 부유한 사람들로 보이지만 교양 있는 몸가짐이나 위신은 전혀 찾을 수 없이 투전(鬪錢)에 몰입하고 있는 모습은 양반 지식인이 아닌 중인(中人)계급의 부류들로 보입니다. 당시 여유 있는 중인(中人)들이 투전(鬪錢)판을 벌이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림의 제일 앞에 앉은 두 남성 중 왼쪽에 앉은 남성은 자신의 끗수를 확인하기 위해 집중한 모습입니다. 반면에 바로 뒤에 앉은 남성은 이번 판에서포기하려는지 판으로부터 몸을 제법 뒤쪽으로 물린 상태입니다. 그러나 시선만은 판에서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오른쪽 뒤쪽 안경 쓴 남성은 자신의 끗수를 이미 확인한 듯한 표정입니다. 가슴 쪽으로 끌어당겨 남이 못보도록 해놓고는 대각선에 있는 끗수 확인하는 남성을 보느라 정신이 없는 듯 합니다. 그리고 그림의 오른쪽에 앉은 남성은 자신의 종이 조각 중 무엇을 선택하여 끗수를 만들 것인지를 놓고 고민하는 듯합니다.

그리고 이 그림은 뒤에 앉은 두 사람은 얼굴 윤곽이 분명한 반면 앞의 두 사람은 흔한 모습의 표정입니다. 게다기 뒤에 있는 인물들을 앞에 앉은 인물들보다 훨씬 크게 그려놓았습니다. 방안에 긴장감이 느껴집니다. 적지 않은 판돈이 걸렸기 때문일 것입니다. 안경은 당시에 어지간한 사람이 아니면 쓰지 못할 만큼 비쌌습니다. 오른쪽의 혈색 좋아보이는 사내도 돈푼깨나 있어보입니다. 왼쪽의 사내는 작은 체구지만 돈주머니는 두둑합니다. 오른쪽 개다리소반에는 술병이 놓여 있지만 잔이 하나 뿐입니다. 돈이 걸렸기 때문에 술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노름에만 열중이십니다. 그리고 요강과 가래를 뱉는 타구(唾具)가 곁에 있다는 것은 밤샘을 할 모양입니다. 참으로 재미있는 그림입니다.

투전(鬪錢)은 조선 후기 크게 유행했다는 노름입니다. 당시의 문물제도 및 세시에 관해 조선 정조 때 실학자 유득공(柳得恭)이 기록한 풍속지 경도잡지(京都雜志) 도희조(賭戱條)에 보면 이렇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노름은 중국에서 유입된 후 조선식으로 변형된 것인데, 남성들이 주로 실내에서 했던 것으로, 60장 또는 80장 정도를 한 벌로 삼아 노름을 하는데, 저 종이에는 인물, 새, 짐승, 곤충, 물고기 등의 그림을 그려 넣고, 적당히 글귀를 추가하여 끗수를 표현하였습니다. 영조는 이러한 노름인 투전(鬪錢)이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보아 매우 엄하게 단속하였습니다. 그래서 민중들은 그림과 같이 몰래 즐겼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