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 성어

시간 지연책이라는 고사성어 완병지계(緩兵之計)

박남량 narciso 2016. 9. 7. 13:54


시간 지연책이라는 고사성어 완병지계(緩兵之計)



동오(東吳)의 태부 제갈각(諸葛恪)은 위(魏)나라를 토벌하기 위해 군대를 이끌고 신성(新城)으로 향했다. 신성을 지키던 위나라의 장군 장특(張特)은 오나라 군사들의 기세가 심상치 않은 것을 보고 성문을 굳게 걸어 잠갔다. 제갈각은 신성을 겹겹이 에워싸고 수개월 동안 공략했는데도 함락하지 못하자 모든 장수에게 엄명을 내렸다.

"힘을 다해 신성을 공격하라. 공격에 태만한 자를 발견하면 그 자리에서 목을 베겠다."

그리하여 신성은 점점 더 지키기가 어려워졌고 동북쪽 성벽은 이미 무너져 곧 함락당할 위기에 처했다. 그러자 장특은 성안의 인구를 기록한 기록부를 들고 말을 잘하는 병사 한 명을 데리고 오나라 진지에 있는 제갈각을 찾아갔다. 그는 제갈각을 만나 이렇게 말했다.

"위나라 법에는 적군에 포위된 상황에서 성을 지키는 수장이 100일 동안 성을 지켰는데도 원병의 도움을 받지 못하면 성을 나와 투항할 수 있고 가족들도 이에 연루되지 않는다는 법이 있습니다. 지금 태부의 대군이 우리 성을 포위한 지 이미 90여 일이 되었습니다. 제발 며칠만 더 기다려 주신다면 제게 속한 장군들은 분명히 군사와 백성을 이끌고 성을 나와 투항할 것입니다. 지금은 우선 성 안의 인구 상황을 기록한 문서를 바치겠습니다."

그 말을 사실로 믿은 제갈각은 곧 군마를 거두고 더는 신성을 공격하지 않았다. 그러나 장특은 적의 공격을 늦추는 시간 지연책을 사용했던 것이다. 그는 오나라 군사를 속여 성에서 몰아낸 후 바로 군사들을 이끌고 성안에 있는 집들을 부숴 허물어진 성벽을 다시 쌓았다. 성벽이 복구되자 장특은 성루에 올라 제갈각을 한껏 비웃으며 도발했다.

"우리 성에는 아직도 반년 치 식량이 남아 있는데 어찌 너희 오나라 개들에게 투항하겠느냐? 싸우고 싶으면 마음껏 싸워 보자."

이에 크게 노한 제갈각은 직접 군대를 몰아 성을 공격했다. 그러나 성에서 화살이 비오듯 쏟아지는 중에 화살 한 대가 제갈각의 이마에 명중해 그는 말에서 굴러 떨어지고 말았다. 오나라 장군들이 얼른 제갈각을 구해 대본영으로 돌아왔지만 그의 부상은 매우 심각했다. 결구 속수무책이 된 제갈각은 군사를 철수해야 했다.


삼국지(三國志)의 이 이야기에서 유래되는 고사성어가 완병지계(緩兵之計)이다.

완병지계(緩兵之計)란 시간 지연책이라는 뜻으로 상대가 공격을 늦추게 만드는 계략이다. 중국인들이 불리한 입장에 처해 있을 때 쓰는 전략으로 상대방의 공격을 다소 늦추게 만들어서 일단 한숨을 돌리고 여유를 갖는 것이다. 이때의 여유를 이용해서 도움을 받거나 대책을 마련하거나 또는 쉬었다가 다시 반격하는 기반을 다지는 것이다.
<꽃사진: 협죽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