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 성어

겉만 다를 뿐 내용은 똑같다는 의미로 쓰이는 고사성어 동공이곡(同工異曲)

박남량 narciso 2016. 9. 12. 15:04


겉만 다를 뿐 내용은 똑같다는 의미로 쓰이는 고사성어 동공이곡(同工異曲)



당(唐) 헌종(憲宗 778 - 820) 때의 문장가요 정치가인 한유(韓愈 768 -824)는 유종원(柳宗元)과 함께 육조 이래의 변문(騈文)을 반대하고 고문운동(古文運動)을 전개해 후일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의 한 인물이다.

과거에 응시했으나 이렇다 할 문벌도 뒷배경도 없었던 그는 세 번이나 낙방하고서 진사과로 등과하여 30대 중반에는 주로 국자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주력하였다. 이 시기에 한유(韓愈)는 유가(儒家) 사상을 존중하여 도교와 불교를 배척했는데, 이것이 불교를 따르는 황실과 마찰을 빚기도 하였다.

이러한 때의 일이다.어느 날 한유(韓愈)가 이렇게 말했다.

“설령 세상에서 벼슬자리를 얻지 못하더라도 관직의 불공평을 말하는 것은 좋지 않으며 자신의 학업 닦지 못한 것을 반성하여 책망하고 한층 노력하는 것이야 말로 바람직한 자세인 것이다.”

그러자 학생들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이렇게 반문하였다.

“선생님에게 있어서 시가 올바르고 빛나는 것은 장자(莊子)와 굴원(屈原)의 이소(離騷)에 미칩니다. 太史所錄 子雲相輿 同工異曲 先生之於文 可謂關其中而肆於外矣  태사(太史)에 기록되어 있는 바로는 양웅(揚雄)과 사마상여(司馬相如)는 기량은 같으나 그 정취는 다르다고 했습니다. 선생의 글에 있어서는 그 가운데를 덮고, 그 밖을 마음대로 한다고 이를 만합니다.

선생님은 모든 학문을 닦으시고 옛날의 대문장가 못지 않은 글을 지으시고 인격에 있어서도 전혀 나무랄 데가 없으신데도 사람들의 신임을 못 받으시고 친구분들의 도움도 없고 자칫하면 죄까지 뒤집어 쓸 형편입니다. 그러면서 어떻게 저희들에게 처세의 도리를 말씀하실 수 있습니까?"

한유(韓愈)는 아래와 같이 대답하였다.

“공자(孔子)나 맹자(孟子)도 세상에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불행한 생애를 보냈다. 나는 이분들 같은 대성인(大聖人)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벼슬하여 녹봉 받아 처자 부양하며 편히 살고 있지 않느냐. 그러니 사람들로부터 헐뜯음을 당한다 해도 이상할 것 없고 지금의 형편도 과분하다."


당나라 대문장가인 한유(韓愈)의 진학해(進學解)에서 유래되는 고사성어가 동공이곡(同工異曲)이다.

동공이곡(同工異曲)이란 기량은 같으나 그 정취는 다르다는 뜻으로 처리하는 방법은 같아도 그 결과에 있어서는 차이가 난다는 말이다. 고사와 같이 학생들이 한유의 문장을 칭찬하기 위해 사용한 말이다. 같은 방법으로 시문을 지어도 그 정취는 다르다는 뜻이었다. 오늘날에는 당초와는 달리 겉만 다를 뿐 내용은 똑같다는 의미로 경멸의 뜻을 담아 쓰인다.<꽃사진: 갯모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