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줍음이 많은 소녀의 넋 꽈리
수줍은 듯 붉게 물든 열매. 꽈리. 조선시대 때의 일이다. 어느 마을에 가난하게 자랐지만 밝은 성격에 마음씨 착한 소녀가 살았다. 꽈리는 노래를 잘 불렀습니다. 티없이 맑고 고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면 온 동네 사람들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꽈리가 살고 있는 마을에는 또래의 소녀가 있었는데 세도 높은 양반 집의 딸이라 거만하였으며 심술궂고 질투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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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봄 날 들녘에는 아지랑이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숲에서는 온갖 새들이 노래하는 화창한 날씨에 나물 캐러 와서 기분이 좋아진 꽈리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꽈리의 노래는 산들바람을 타고 활짝 핀 꽃들이 곱게 웃고 있는 들녘을 떠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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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아름다운 노래가 어디서 들려오는고? 선녀의 노래소리 같구나. 가서 이 노래를 부르는 소녀를 데려오너라 」 마침 고을을 지나던 원님이 꽈리의 노래소리를 듣고는 꽈리를 불렀다. 그러나 꽈리는 몹시 수줍음을 타는 소녀였다. 「 어디 사는 누구인고? 」 꽈리는 고개도 들지 못하고 얼굴만 붉혔다. 원님은 돌아갔고 그 소문은 온 마을에 퍼졌다. 양반 집 소녀는 질투에 몸을 부르르 떨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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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가을에 마을에서는 원님을 초대한 커다란 잔치가 있었다. 꽈리는 양반 집 모녀의 심술이 두려워 참석하지 못했다. 원님이 물었다. 「 지난 봄에 이 고을을 지나다가 노래를 아주 잘 하는 소녀를 보았지요. 그런데 그 소녀는 참석하지 않은 것 같군요. 그 노래소리를 다시 한 번 듣고 싶은데 」 주인은 꽈리를 데려오도록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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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님 앞에 당도한 꽈리는 역시 부끄러워 목까지 빨개졌다. 그러나 원님이 기다리고 동네 사람들도 조르는 바람에 노래를 하려고 목청을 가다듬고 있는데, 양반집 모녀에게 돈을 받은 불량배들이 큰소리로 떠들었다. 「 저 애가 노래를 부른다고? 」 「 저 꼬락서니 좀 보라 」 「 누더기 차림으로 어떻게 원님 앞에 나올 수 있어 」 수줍음 많은 꽈리는 부끄러워 어쩔 줄 몰랐다. 끝내 노래를 못 부르고 집으로 돌아온 꽈리는 그대로 자리에 눕고 말았으며 끝내 숨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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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듬해 봄에 꽈리의 무덤에서 처음 보는 풀 한 포기가 돋아났다. 그 풀은 꽃을 피우고 새빨간 열매를 주렁주렁 달았다. 열매는 마치 생전에 수줍어 하던 꽈리의 모습처럼 붉었다. 그래서 이 꽃을 꽈리라고 불렀다. 붉게 여문 둥근 열매 속의 씨를 빼 버리고 입에 넣어 소리를 내면서 꽈리를 사랑했다 한다.
꽈리의 꽃말은 수줍음, 약함, 조용한 아름다움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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