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묵상

속도와 미래지향성만을 중시하는 가치관이 우리의 현재를 빈곤하게 합니다

박남량 narciso 2020. 3. 24. 15:24


속도와 미래지향성만을 중시하는 가치관이 우리의 현재를 빈곤하게 합니다



3년간 수행을 마친 수도자가 스승의 암자에 도착합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는 그 수도자는 깊고 오묘한 부처의 가르침을 모두 깨달았다는 자신감에 차 있습니다. 스승이 어떤 질문을 하든 문제없다는 듯한 자세입니다.

"꼭 하나만 묻겠다."

스승의 나지막한 말에 수도자가 대답합니다.

"예. 스승님!"

"꽃이 문간에 세워둔 우산 오른쪽에 있더냐 왼쪽에 있더냐."

이 질문에 입도 벙긋 못하고 얼굴만 불히던 수도자는 그대로 물러나 3년간의 수행을 다시 시작합니다.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무심함이 우리 삶에 만연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서 시작됩니다. 우리는 숱한 경험들을 눈여겨보지 못합니다. 무심코 행동하고 무심하게 반응할 뿐 깊이 생각하지 않습니다. 시간 절약과 미래에 대한 설계 때문에 우리는 현재라는 광대한 터전을 잃고 있습니다. 우리들은 현재의 순간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도록 좀더 세심하게 관심을 기울이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차분하고 여유가 있을 때에야 비로소 현재에 관심을 기울일 수 있습니다. 앞만 보고 정신없이 달리기보다 느긋하고 여유 있는 자세를 취하면 우리는 현재라는 시간에 훨씬 더 많은 마음을 쏟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