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탐욕으로 가득하고 몸만 날씬하면 부자가 되고 장수한다고 믿는 세상입니다
요(堯)임금이 화(華)라는 고장을 여행했을 때 국경을 지키는 사람을 만났습니다. 국경을 지키는 사람을 봉인(封人)이라고 합니다. 봉인(封人)이 요(堯)임금을 보고 말을 걸었습니다.
"성인이시군요. 부디 성인을 축복하게 해 주십시오. 성인이 장수하시기를 빕니다."
장수하라는 축복을 요임금이 사양합니다. 그러자 봉인은 성인이 부자가 되라고 축복합니다. 요임금은 그것도 사양합니다. 다시 성인께 아들이 많기를 축복한다고 하였습니다. 요임금은 역시 사양합니다. 그래서 봉인이 모두가 바라는 축복을 왜 바라지 않느냐고 묻자 요임금은 연유를 밝힙니다.
"아들이 많으면 걱정이 많고, 부자가 되면 귀찮아지고, 장수하면 욕된 일이 많아 덕을 키우기 위한 것이 못됩니다. 그래서 사양합니다."
봉인은 요임금이 같잖게 보인다.
"성인인줄 알았더니 군자 정도군. 하늘이 만민을 낳으면 각각에게 할 일을 맡기오. 아들이 많다고 무슨 걱정이 있을 것이오. 부자가 되더라도 나누어 준다면 귀찮을 게 없는 것이오. 성인이란 매추라기처럼 사는 곳이 일정치 않고 주는 대로 먹고 새처럼 넘나들며 흔적을 남기지 않는 법이오. 그러니 장수를 한들 무슨 욕된 일이 있을 것이오."
이렇게 말한 봉인(封人)에게 요(堯)임금은 가르침을 바란다고 간청을 합니다. 그러자 봉인(封人)은 '물러가시오.'라는 한마디 말을 남긴 채 사라졌습니다.
무겁고 각박한 세상살이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구름처럼 가볍게 바람처럼 자유롭게 사는 방법을 일러주는 장자(莊子)의 철학 우화에 실린 글입니다.
남보다 앞서서 출세하려고 버둥거리면 사는 일이 고됩니다. 그러면 오래 산다는 것이 야망의 종살이나 같습니다. 이를 욕되다 한 요임금은 훌륭합니다. 제 아들만 잘되기를 바라면 아들이 많을수록 걱정이 쌓이는 법입니다. 알아서 하게 둔다면 아들이 많아도 적은 것이나 다를 바 없다는 것입니다. 부자가 되면 제 욕심만 차리고 남의 것을 더 탐해서 귀찮게 됩니다. 이러한 연유에서 사양하는 요임금은 군자(君者) 정도는 된다는 것입니다.
이 세상에 부자를 누가 마다할 것이며 장수를 누가 마다하겠습니까. 마음은 욕심이란 기름덩이로 뭉쳐두고 몸만 날씬하면 건강하여 부자도 되고 장수한다고 믿는 세상에서 요(堯)임금의 털 끝만한 인물이라도 나타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꽃사진: 사계국화(청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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