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묵상

만물을 그대로 체험하세요. 그러면 도(道)를 만날 수 있습니다

박남량 narciso 2020. 4. 10. 15:15

만물을 그대로 체험하세요. 그러면 도(道)를 만날 수 있습니다



장자(莊子)는 인물을 통하여 자기의 생각을 말합니다. 제(齊) 나라의 환공인지 초(楚) 나라의 환공인지 모르지만 환공(桓公)과 수레바퀴를 만드는 윤편(輪扁)의 이야기입니다.

환공(桓公)이 당상에서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책을 읽자면 조용해야 하고 수레바퀴를 만들자면 주위가 시끄럽게 마련입니다. 환공이 책을 읽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윤편은 아랑곳 않고 톱질을 하고 망치질을 하다 당상으로 올라가 전하께서 읽으시는 것은 무슨 책이냐고 물었습니다.

“성인의 말씀이지.” 이 말에 윤편은 성인은 살아 있느냐고 되물었습니다. 그러자 환공은 벌써 돌아가셨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이 말에 윤편은 다음처럼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러시다면 전하께서 일고 계신 것은 옛사람의 찌꺼기이네요.”

환공은 버럭 화를 내면서 “네 이놈 수레바퀴를 만드는 목수 따위가 어찌 내가 책을 일고 있는데 시비를 거느냐”며 연유를 밝히라고 하면서 만약 이치에 맞으면 용서를 하겠지만 당치 않을 땐 죽여버리겠다고 호통을 쳤습니다. 그러자 윤편은 이렇게 아뢰었습니다.

“저는 제 일의 경험을 살펴서 보건대 수레를 만들 때 너무 깎으면 헐거워서 튼튼하지를 못하고 덜 깎으면 빡빡해서 바퀴살을 박을 수가 없습니다. 거기에 비밀이 있습니다만 그 비밀을 제 자식에게 말을 해 줄 수 없고 제 자식은 배울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일흔이 넘도록 수레바퀴를 깎고 있는 것입니다. 옛사람도 전해줄 수 없는 것과 함께 죽어버렸습니다. 그러니 읽고 계신 것은 찌꺼기인 것이지요.”

장자(莊子)의 천도(天道)편에 실린 글입니다. 윤편은 성인의 말씀을 통해 도(道)를 배우겠다는 환공을 무안케 합니다. 환공은 성인의 찌꺼기나 읽고 있지만 윤편은 바퀴 구멍을 뚫는 일로도 도(道)의 모습을 만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글은 수레바퀴를 만들면서 평생 터득한 체험이 환공이 읽고 있었던 성인의 말씀보다 도(道)에 가까울 수 있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체험은 만물을 스스로 직접 구체적으로 만나게 해 주는 까닭입니다. 장자는 ‘글로써 도(導)가 밝혀지지 않는다. 도(道)는 만물이 있게 된 근원이다. 만물을 그대로 체험하라. 그러면 도(道)를 만날 수 있다.’면서 ‘도(道)를 배우지 말고 체험하라.’고 합니다.

도(道)는 만물로 하여금 제 구실을 하게 합니다. 그 구실을 무위(無爲)로 하게 합니다. 안위(人爲)는 억지로 하는 것이고 무위(無爲)는 저절로 하는 것입니다. 만물을 만상으로 체험하세요. 체험은 도(道)의 뜻을 맛보게 합니다. 도(道)는 엄하지 않고 그윽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