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지혜

소림사 승려들의 한 손 합장과 그림자가 새겨진 바위

박남량 narciso 2016. 1. 11. 19:26


소림사 승려들의 한 손 합장과 그림자가 새겨진 바위


중국 남북조(南北朝)시대의 스님으로 달마(達摩) 대사에 이어 중국 선종(禪宗)의 두 번째 조사인 혜가(慧可) 스님의 이야기이다. 혜가(慧可)는 법호(法號)이며 이를 받기 전의 이름은 신광(神光)이다. 신광(神光)이 발심출가(發心出家)하여 대도의 진리를 아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찾아 헤매어 치열하게 정진하던 달마(達摩)의 소문을 듣고 그를 스승으로 삼겠다며 찾아간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달마(達摩)는 먼 길 온 혜가(慧可)를 선 걸음에 뿌리친다. 혜가(慧可)는 달마(達摩)의 허락을 얻기 위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가 수행하는 토굴을 찾아가 제자로 받아주기를 간청한다. 그러나 달마(達摩)는 그런 혜가(慧可)를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마침내 눈보라가 치고 살을 에이는 한풍이 몰아치는 어느 날 혜가(慧可)는 소림굴 앞에서 합장을 하고 서 있는데 눈이 밤새도록 와서 허리까지 쌓였다. 눈이 허리까지 쌓였을 정도면 보통 사람 같으면 참을래야 참을 수 없는 혹한이다. 그러나 혜가(慧可)스님은 그 모든 고통을 능히 신심(信心)으로 극복하고 대도의 진리를 알아야겠다는 간절한 일념(一念)에서 그렇게 몸을 내던지고 서 있었던 것이다.

달마(達摩)는 하룻밤 하루 낮이 지나고 나서야 한 번 돌아보시고 혜가(慧可)가 허리까지 눈이 쌓였는데도 합장을 하고 요지부동으로 서 있는 것을 보셨다. 그제서야 정면으로 돌아 앉으셔서 혜가(慧可)에게 물으셨다.

『그대가 어찌 왔는고?』
『부처님의 대도의 진리를 깨우치고자 합니다.』
『부처님의 대도의 진리는 광대겁(廣大劫)의 한량없는 세월을 두고 부지런히 정진해서 행하기 어려운 것을 능히 행하고 무한 고통을 이긴 가운데 성취하는 것인데 너희같이 신심(信心) 없는 무리가 어찌 얻을 수 있겠느냐.』

부처님의 대도의 진리를 알려면 하룻밤 하루 낮을 합장한 채로 눈이 허리까지 쌓이도록 서 있었다해도 그만한 신심(信心)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말이다. 그 말에  혜가(慧可)는 불퇴전의 신심을 일으켰다. 한쪽 팔을 짤라 자신의 굳은 의지를 달마(達摩)에게 증명해 보인다. 하얀 눈 위로 낭자한 선혈을 본 달마(達摩)는 그제야 혜가(慧可)를 제자로 받아들이는데 한쪽 팔이 없는 상태로 법을 이어받은 혜가(慧可)처럼 그렇게 치열하게 정진하겠다는 뜻이 소림사의 인사 속엔 숨어 있는 것이다.

소림사 승려들의 인사법은 두 손을 모아 합장하는 불교식 인사와 달리 한 손만 들어 합장하는 자세를 취한다. 이 인사의 유래가 이 이야기에서 비롯되는데 혜가(慧可) 스님을 기리는 뜻으로 그렇게 한다고 전한다. 그리고 숭산 소림사 경내에는 거대한 바위가 있다. 바위는 경내의 한 당우(堂宇) 앞에 서 있는데 바위에는 달마(達摩)의 그림자가 새겨져 있다고 한다.

9년 동안 바윗돌만 바라보며 수행 정진하던 달마(達摩)대사가 이 바위 속에 앉아 있다는 것이다. 달마(達摩)가 참선하며 도를 구하는 수행의 염력이 얼마나 강력했던지 면벽좌선하고 있는 달마(達摩)의 그림자가 바위에 생생하게 정으로 쪼아놓은 듯 새겨진 것이다. 팔을 자르면서까지 도를 구하던 혜가(慧可)의 치열한 정신에 이어 바위에 그림자를 새겨놓은 달마(達摩)대사의 맹렬함이 소림사에 전해져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