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지혜

어리석은 자란 손가락을 가지고 바다의 깊이를 재려하는 무모한 자이다

박남량 narciso 2015. 12. 30. 13:07


어리석은 자란 손가락을 가지고 바다의 깊이를 재려하는 무모한 자이다



어리석은 사람은 결코 자신의 어리석음을 인정하려 들지 않습니다. 그의 행동이 어리석음 속으로 빠져들고 있으면서도 어리석음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어리석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어진 사람입니다. 그러나 어리석은 사람이 어질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음 중의 어리석음입니다. 일찍이 호라티우스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아무리 바른 말을 하고 그것을 행하였다 하더라도 그것으로 인해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하였다면 그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그러나 때때로 어리석은 인간의 행동도 동기 만큼은 고상할 수 있습니다.

옛날에 어떤 사람이 잔치를 크게 베풀게 되었습니다. 그는 하인을 시켜 옹기장이를 데려오게 하였습니다. 잔치를 치르기위해서는 많은 질그릇이 필요하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인은 옹기장이의 집을 찾아 길을 떠났습니다.

얼마쯤 가다가 하인은 길가에서 울고 있는 옹기장이를 발견하였습니다. 하인은 한달음에 그곳으로 달려갔습니다. 옹기장이 옆에는 깨어진 질그릇이 흩어져 있었고 나귀 한 마리가 옹기장이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습니다.

하인이 옹기장이에게 물었습니다.
『왜 그렇게 울고 계십니까?』
『제가 오랜 시간 고생하여 만든 이 질그릇들을 나귀가 잘못하여 모두 깨뜨리고 말았답니다.』

그러자 하인이 즐겁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오, 참으로 근사한 나귀로군요.』
『예에?』
『당신이 오랜 시간을 들여 만든 것들을 단시간에 깨뜨려 버렸으니 그 솜씨가 참으로 훌륭합니다. 제가 이 나귀를 사겠습니다.』
『정말입니까?』
『그래요. 제가 이 나귀를 사겠습니다.』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정말 고마운 일이지요. 저는 지금 돈이 필요하거든요.』
『그럼 지금 돈을 드리겠습니다.』

하인은 후한 값을 치르고 나귀를 탄 채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주인이 의아스럽다는 듯이 물었습니다.
『아니 옹기장이는 데려오지 않고 웬 나귀를 타고 왔느냐?』

그러자 하인이 자신있게 말했습니다.
『주인님. 옹기장이보다 나귀가 더 필요합니다. 옹기장이가 많은 시간을 걸려 만든 질그릇을 나귀가 잠깐 동안에 깨뜨렸으니 이 얼마나 훌륭한 일입니까?』

어이없는 낯빛으로 주인이 말했습니다.
『너는 참으로 미련하구나. 이 나귀는 깨뜨리는 일은 잘 할지 몰라도 질그릇을 하나 만들지 못한다는 것을 몰랐단 말이냐?』


어리석은 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순자(荀子) 대로편(大路篇)에 어리석은 자에 관한 글이 있습니다. 『迷者不門路』길을 잃은 자가 길을 묻지 않고 헤맨다는 뜻이니 어리석은 자의 무모함을 말합니다. 어리석음에 관한 속담 몇 가지를 더 알아봅니다.

『어리석은 자가 마지막으로 하는 것을 현명한 자는 가장 먼저 한다.』
『귀머거리에게 설교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거북이의 등을 물어뜯는 파리는 자신의 주둥이를 상하게 한다.』

명심보감 훈자편에 이런 진리가 있습니다. 남자가 가르침을 받지 못하면 미련하고 어리석으며 여자가 가르침을 받지 못하면 거칠고 솜씨가 없다. 어리석은 자에게 인생이 어렵게 보일 때 현명한 자에게는 쉽게 보이고 어리석은 자에게 인생이 쉽게 보일 때 현명한 자에게는 어렵게 보인다는 말이 있습니다.

배움은 아름답습니다. 어리석은 자에 대해서는 하느님의 모든 노력도 허사가 되지 않을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