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는 잡다한 짐입니다 잡다한 짐에서는 빛이 발하지 않습니다
침묵의 성자로 알려진 인도의 요가 수행자 바바 하리 다스는 그의 제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가운데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인용하고 있습니다.
『한 성자가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숲속에서 홀로 살았다. 어느 날 다른 성자 한 사람이 찾아와 그에게 "바가바드 기타(힌두교 성전) 한 권을 주고 갔다. 성자는 날마가 그 책을 읽기로 했다. 그런데 어느날, 쥐가 책을 쏠아 버린 것을 보고, 쥐를 쫓기 위해 고양이를 한 마리 기르게 되었다. 고양이에게 먹일 우유가 필요하게 되자 이번에는 젖소를 키웠다.
이렇게 되자 그는 이 짐승들을 혼자서 돌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생각던 끝에 젖소를 돌봐줄 여자를 한 사람 구했다. 숲속에서 몇 해를 지내는 동안 커다란 집과 아내와 두 아이와 고양이떼와 젖소들과 여러 가지 잡다한 것들이 마련되었다.
그러자 성자는 걱정이 되었다. 그는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혼자서 살 때, 자신이 얼마나 행복했던가를 돌이켜보았다. 이에 그는 신을 생각하는 대신 아내와 자식들과 젖소와 고양이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는 어쩌다가 이런 신세가 되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한 권의 책이 이토록 엉뚱한 사태를 몰고온 것을 알아차리고 한숨을 지었다.』
이 이야기는 하나의 소유물이 여러 가지 재앙을 불러일으킨다는 교훈으로 법정 스님의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에 실린 글입니다. 진리를 깨닫게 하는 책들, 즉, 성서나 경전은 읽고 몸에 익혀 그런 정신으로 살라고 말해놓은 것이고 또한 엮어서 옮겨놓은 것입니다. 그런데 그 성서나 경전을 책장에 꽂아두거나 선반에 모셔놓기만 한다면 그것은 한낱 소유의 더미에 지나지 않습니다.
소유는 잡다한 짐입니다. 잡다한 짐에서 빛이 발하지 않습니다. 성서나 경전은 단순한 책으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차분한 마음으로 책장을 펼치면 귓속의 귀에 울려오는 성인의 말씀으로 대할 수 있어야 살아 있는 진리가 됩니다. 이 진리는 그 무엇으로도 망가뜨릴 수 없는 영원한 빛입니다. 그 빛을 가까이하면 우리들 눈이 밝아지고 세상이 밝게 열립니다. 가까이하여 새로운 삶을 이루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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