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입을 다물 줄 모르는 바보로 가득 차 있습니다
공자(孔子)가 노(魯)나라 사구(司寇)가 되어 재상의 일을 맡아 볼 때의 일입니다. 사구(司寇)라 함은 형벌과 경찰을 맡아보던 관직을 말하는데 공자의 얼굴에 기뻐하는 빛이 있자 유(由)가 물었습니다. 유(由)는 공자(孔子)의 제자로서 성은 중(仲)이고 자(字)는 자로(子路)입니다.
"제가 듣자옵기로는 군자(君子)는 화(禍)가 이르러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복(福)이 이르러도 기뻐하지 않는다 하였습니다. 이제 부자(夫子)께서 벼슬을 얻으셨다고 기뻐하시니 이는 무슨 까닭이십니까?"
공자(孔子)가 대답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말할 수도 있느니라.
아무리 자기가 귀하게 되었더라도 제 몸을 남에게 낮추어 보이니 어찌 즐겁지 않다고 말할 수 있겠느냐?"
孔子為魯司寇 攝行相事 有喜色
仲由問曰
由聞君子禍至不懼 福至不喜 今夫子得位而喜 何也
孔子曰
然 有是言也
不曰樂以貴下人乎
공자(孔子)의 일화에서 논어(論語)에 빠진 것를 기록했다는 고서인 공자가어(孔子家語) 시주편(始誅篇)에 실린 글입니다. 성 그레고리우스(Gregorius PP Ι 540-604)가 "덕(德)을 겸손(謙遜)으로 쌓지 않은 것은 손에 가벼운 재를 움켜쥐고 회오리바람으로 향하는 것과 같다."고 하였습니다.
이 글이 바로 그것입니다. 영화로움이 극에 달했더라도 자기 자신을 남에게 낮추어 보일 수만 있다면 어떠한 뒷말도 들려 오지 않을 것입니다. 아름다운 삶을 가꾸며 살아가는 데는 나름대로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겸손한 삶은 지혜로운 삶이며 아름다운 삶입니다. 겸손함 속에는 그 어떤 탐욕도, 투쟁도 정화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사진: 부산 아미산노을마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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